"의료 데이터 모은 디지털 백신으로 마음까지 치유하겠다"
'인생 2막' 쓰는 남경필 빅케어 대표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빅케어(BIGCARE)’ 사무실에서 만난 남경필 대표이사(전 경기도지사)는 20년 동안 지켰던 정치 현장을 떠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야당에 먼저 손을 건넸지만, 정치는 자신의 바람과 거꾸로 굴러갔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낙선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6개월, 이어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반년 동안 독일의 연정 정치를 배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극한 대결의 정치로 회귀하는 것을 보고 정치는 깨끗하게 접었다. 독일에 가려던 계획도 포기했다.
남 대표는 “도지사 때 스타트업 캠퍼스를 만들면서 청년들에게 창업 조언을 했는데, 기술 혁신으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껴 스타트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사 때 알고 지내던 ‘델레오’라는 회사의 대표와 함께 지난해 10월 공동 창업했다. ‘건강을 통해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게 경영 방침이다. 테헤란로 사무실엔 20여 명의 젊은이가 빼곡하게 앉아 일하고 있었다. 기자에게 손수 커피를 내려 한잔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 데이터입니다.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병원도 가는데 정작 나에겐 데이터가 없어요. 내 건강 데이터는 병원 것도, 나라 것도, 구글 것도 아닙니다. 내가 모아야 합니다.”
남 대표는 ‘의료 데이터 주권(主權)’을 강조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 자신의 건강과 행복에 쓰여야 하는데도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빅케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깔아 본인 공인인증을 하면 건강보험공단에 있는 7개 항목(투약 및 병원 기록)을 넘겨받을 수 있고, 여기다 종합병원 건강검진 기록 등 30가지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런 데이터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빅케어가 하는 일이다.
“요즘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합니다. 속상한 마음을 빅케어에 털어놓으면 감성을 분석해 우울증 분석을 할 수 있고, ‘마음 케어’도 할 수 있습니다. 앱을 통해 호흡법이나 요가법을 가르쳐주고 전문 상담사와 적합한 병원을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의료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결합되면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디지털 백신’으로 치유하면서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 앱에서 자신의 DNA와 과거 건강진단 및 투약 이력에다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음식물, 운동 상태, 장내 미생물 검사, 단백질 검사 등 데이터로 매일 건강을 관리해야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홈플러스 등과 업무 제휴를 맺을 방침이다. 도지사 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명 종합병원과도 협업할 계획이다.
사무실 벽 한쪽은 화이트보드로 빅케어의 비즈니스 플랜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맨 위쪽에 ‘나이팅게일 프로젝트’가 눈에 띄었다. 그는 “나이팅게일을 간호사로 알고 있지만 그는 수학과 물리학 언어학 간호학 등에 정통한 통계학자였다”며 “귀족 집안 출신으로 1800년대 크림전쟁에 참전해 병상의 약품 관리와 환자 차트를 다이어그램 등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병원의 과학화를 만들어냈다. 빅케어가 추구하는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이런 모습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쪽엔 아라비아 숫자로 ‘9988124’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만 앓다가 이틀 만에 죽자는 얘깁니다. 건강한 삶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죽음을 맞는 길이죠. 정치에서 이루지 못한 행복을 이곳에서 꼭 달성하고 싶습니다.”
이제 갓 태어나 걸음마를 하는 단계이지만 5년 뒤 빅케어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나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몸과 정신 DNA 미생물 웨어러블 로그인 데이터로 ‘빅케어’만 있으면 세계 어디에 나가 있어도 두려울 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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