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보여준 대구,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성공할까

명민준 기자 2021. 2.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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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상반기 감염병 전문병원을 추가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대구지역 병원들의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질병관리청은 대구경북을 포함한 경북권을 비롯해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경남권, 제주권 등 전국 6개 권역 가운데 1곳을 선정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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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내달 권역별 1곳 공모
대구시, 설계비 확보 등 유치 자신
지난해 영남권역 선정 과정서
자부담금-정치권 개입 등 논란
지역병원 일부 재도전 망설여
최근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대구시는 방역 및 의료 경험을 내세워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재도전에 나섰다. 뉴스1
정부가 올해 상반기 감염병 전문병원을 추가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대구지역 병원들의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영남권 선정 때 비교적 좋은 여건에서도 유치에 실패하는 등 전망이 밝지는 않다. 지역 의료계 안팎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험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병원 간부는 “이대로라면 탈락했던 전철을 밟는 결과가 나올 게 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대구경북을 포함한 경북권을 비롯해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경남권, 제주권 등 전국 6개 권역 가운데 1곳을 선정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한다. 다음 달 권역을 확정하고 5월에 대상 병원 공모를 진행한다. 이어 6월 현장 평가 등을 통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상 권역을 먼저 정하는 만큼 지금부터가 유치에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정치권과 협력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계비 23억 원을 확보한 점을 부각하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회 예산 통과 과정에서 ‘대구경북’ 권역을 명시하지 않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때와는 주변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점도 경계해야 한다. 당시 대구경북은 전국 최대 코로나19 피해 지역인 데다 확진자 치료 능력 및 경험이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는 신규 확진자가 수도권 등 다른 지역보다 적다. 또 당시 최종 평가에 올랐던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양산부산대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 탈락한 것도 불리한 대목이다.

재도전 의지가 약해진 일부 병원을 설득하는 일도 시급하다. 코로나19 대처 경험이 풍부해 선정이 유력했지만 결국 떨어진 한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선정 과정에서 축적된 의료 경험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자부담 액수가 주요 변수였다는 말을 듣고 실망했다”며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재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과정에서 자부담 액수로 148억 원을 써낸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최종 평가에 올랐다. 대구시에 따르면 유력했던 한 병원은 이보다 약 40억 원이 적은 금액을 제시했다가 탈락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유치하면 정부 예산 409억 원이 투입돼 36개 병상을 갖춘 의료시설을 지을 수 있다. 감염병 재난 상황이 아닌 평소에는 일반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병원으로선 규모 확장과 이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기대 효과가 분명히 있겠지만 지난해 선정 과정 논란 때문에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두 번의 실패를 막기 위해 대구시와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에 널리 알린 ‘K방역’의 기초가 된 ‘대구(D)방역’의 우수성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복기 대구시 트윈데믹 대책추진단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직접 현장에서 겪으며 대처 능력과 노하우를 익힌 우수한 의료 인력이 대구에 상당히 많다”며 “경북권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하면 국가적 재난 상황 때 지역 대처 능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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