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수입 '0원'.. 번호표가 생명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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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말 그대로 그냥 버텼어요. 일감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수입이 영(0)이에요."
급여 명세가 찍힌 통장 사본만 들고 센터를 찾은 퀵서비스 기사 최모 씨도 "최근 의뢰가 없어 배달 횟수가 0건인 날이 부지기수"라며 "친구에게 빌린 생활비라도 갚아야 해서 왔는데 '접수는 받아주지만 지급될지는 모른다'고 하니 앞이 막막하다"면서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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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프리랜서 미싱사로 일하는 김순이 씨(55)는 마음이 급해 늦은 점심을 먹다 말고 뛰어왔다고 한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공연 의상을 제작해 납품해왔던 김 씨는 코로나19로 일감이 뚝 끊겼다. 생활비도 감당이 안 돼 최근 결국 보험사에서 약관대출까지 받았다. 김 씨는 “빚이 자꾸 늘어 가는 건 둘째 치고,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인 상황”이라며 접수대로 향했다.
이날 센터는 유독 사람들이 몰리며 북적거렸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3차 지원금의 현장 접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급 대상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가운데 1, 2차에 지원받지 못한 이들이다. 지원 금액은 1인당 100만 원이지만 누군가에겐 당장 오늘내일을 버틸 소중한 돈이다.
김 씨처럼 온라인 신청이 어려웠거나 촉박하게 서류를 준비한 신청자들이 대거 몰려들며 7개의 신청 접수창구는 쉴 틈이 없었다. 번호표를 뽑아들고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만 30명이 넘었다. 다음 순서를 알리는 ‘띵동’ 소리가 날 때마다 다들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겨우 접수창구에 앉았다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 신청자도 있었다. 한모 씨(57)는 30분 가까이 기다려 순서가 됐는데 일부 서류가 누락됐다는 답에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서류만 봐서 지원 요건이 안 맞는다니 어떻게 하죠. 1월에 수입이 90만 원밖에 안 되는데 그걸 챙겨오지 못했어요. 지난해 12월 소득 증빙 서류만 가져왔는데 ‘소득이 기존보다 25% 이상 줄었다’는 걸 증명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2017년 12월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한 씨에게 100만 원은 너무나 간절한 돈이다. 당장 집 월세가 몇 달째 밀려 있는 상황. 한 씨는 “코로나19 이후 보험 가입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당장 가서 어떻게든 서류를 발급받아 다시 와야 한다”며 센터를 나섰다.
센터에는 서류 미비로 자격이 안 되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 따르면 사실 프리랜서 등은 일을 했어도 관련 서류를 떼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일부 업체는 소득이 노출되는 걸 꺼려 거부하거나 차일피일 미루기가 일쑤다.
대리운전기사인 이호영 씨(58)가 그랬다. 업체에서 위탁계약서와 소득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1, 2차 때도 지원을 하지 못했다. 이 씨는 “최근엔 신용카드 빚까지 계속 쌓여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서류가 부족한 걸 알지만 읍소라도 해볼까 싶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급여 명세가 찍힌 통장 사본만 들고 센터를 찾은 퀵서비스 기사 최모 씨도 “최근 의뢰가 없어 배달 횟수가 0건인 날이 부지기수”라며 “친구에게 빌린 생활비라도 갚아야 해서 왔는데 ‘접수는 받아주지만 지급될지는 모른다’고 하니 앞이 막막하다”면서 한숨지었다.
유채연 ycy@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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