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엔 부모들이 “오지마라”… 올 설엔 자식들이 “집에 있겠심더”

의성/ 이승규 기자 2021. 2.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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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으로 미리 세배, 경북 의성에 영상편지 수백통
노부모들도 “코로나가 끝나야 쟈를 볼낀데 우야겠습니까”
대구에 거주하는 윤차옥(52)씨가 경북 의성에 있는 모친 권말분(85)씨에게 설 명절을 맞아 영상 편지를 보냈다./독자 제공

“자식 걱정과 기다림으로 살아가는 우리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윤차옥(52)씨가 휴대전화 화면 영상 속에서 권말분(85)씨에게 큰절을 올렸다. 대구에 사는 딸이 미리 보낸 설 인사다. 경북 의성군에 사는 권씨는 2일 “내 딸이지만 참 곱데이”라며 “코로나가 끝나야 쟈(쟤)를 볼낀데, 우야겠습니까(어쩌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경북 의성군 노부모에게 고향을 떠난 자식들이 보낸 영상 편지가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은 꾹 참고 마음만 보내겠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노부모들이 보낸 영상에 대한 답장이다. 당시 의성군 어르신 1873명은 “코레나(코로나) 마이 돈다, 꼼짝 말고 집에 들어앉아 있어라”는 당부를 담은 영상 편지를 보냈다. 이날까지 의성군에 도착한 자식들의 안부 영상은 수백 통에 달한다.

의성군에선 지난달 15일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출향(出鄕) 군민들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대신 안부 영상 편지를 보내달라'는 공지 글을 올렸다. 연락처가 있는 자녀들에겐 일일이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영상을 보내겠다고 답한 이들이 1000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노부모들은 “아쉽지만 자녀들 결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상봉의 기쁨보다 마을과 이웃을 지키는 게 먼저라고 했다. 김분순(74) 할머니는 “작년 추석 때 자식들이 찾아왔는데 집 안에 들이지 않고 차 안에 먹을 것, 마실 것을 건넨 뒤 보냈다”며 “자식들 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지금은 안전이 제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낸 영상 편지도 잇따랐다. ‘베트남 며느리’가 된 타오(37)씨 부모는 “사랑하는 타오, 사랑하는 사위, 다 보고 싶다. 함께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는 영상을 보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김정훈(32)씨는 “2021년 우리는 꼭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의성군 사회복지사 160명은 설 연휴 기간에 홀몸 어르신 1000여명을 찾아 영상과 명절 음식을 전하고 세배도 할 계획이다. 영상 편지는 3일부터 의성군 유튜브 채널 ‘의성 TV’에서 볼 수 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지난 1년간 한마음으로 코로나 방역에 동참해주신 군민 여러분과 출향인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이번 설 연휴에 단 한명의 추가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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