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무기한 점등' 시위 돌입
복지부 '거리두기 개편 토론회'선 "한국, 주요국에 비해 너무 엄격"
정부의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가 설 연휴까지 연장되자, 자영업자들이 ‘무기한 점등(點燈) 시위’에 돌입했다. 오후 9시 이후 실제 영업은 하지 않지만 불을 켜놓고 항의의 뜻을 밝히는 것이다.
당구장·스터디 카페·음식점·코인 노래방·헬스장 등 자영업자 단체 19곳은 2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 최후의 집단행동으로 24시간 무기한 오픈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오후 9시 영업 제한 조치는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오후 7∼9시에 사람들이 몰리게 만들어 코로나 확산 위험을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한 자정까지 영업시간 허용, 방역 당국의 업종별 맞춤형 추가 방역 지침 제시, 방역 지침 조정 시 현장 당사자의 참여 보장 등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24시간 점등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선 소상공인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들은 그간 기약 없는 영업 제한에도 불구하고 정부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해 왔다”며 “이제는 소상공인들의 영업 손실 보상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현행 거리 두기 조치가 자영업자 등 특정 계층에 피해를 집중시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쏟아졌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코로나 대응 강도 지수’를 들며 “거리 두기 조치가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수는 각국 정부 코로나 대응 정책 엄격성 정도를 1점부터 100점까지 나타내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거리 두기 강도가 센 것을 뜻한다. 시설 봉쇄, 이동 제한, 경제적 지원 등과 관련한 지표 17개를 종합했다.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는 1.1명인데 대응 강도 지수는 47점에 달했다. 확진자가 더 많은 스위스(10만명당 50.9명·42점)·노르웨이(8.8명·41점)·일본(1.8명·33점)과 비교하면 강도가 지나치게 높은 셈이다.
김 교수는 “최근 집단감염은 대부분 구치소·병원·교회 등에서 발생했고 거리 두기 대상인 학원·식당·노래방 등은 극히 미미했다”면서 “국가 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이 미흡해 확진자 수가 증가했는데 국민들이 더 강화된 규제 속에 생활하며 메꿔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에 대해 보상을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 두기”라고도 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거리 두기가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되려면 방역뿐 아니라 경제·고용·교육·민생 등 다양한 영향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학교를 닫으면 장기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데, 방역 효과만 얘기하지 그런 비용을 안 본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OECD 국가에서도 자영업 비율이 특히 높은 특성상 거리 두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사업장에서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조건하에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9시 규제도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재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행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는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단 정부가 이날 공개한 ‘거리 두기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3%는 ‘거리 두기가 3차 유행 차단에 효과적이었다’고 답했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도 74.4%에 달했다. 그러나 81.2%는 ‘거리 두기로 인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거리 두기를 3단계에서 5단계로 변경하면서 일부 기준을 완화한 게 3차 대유행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고민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사회경제적 피해가 소상공인에게 집중되고 있고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시설 집합·영업 금지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처럼 개개인은 규제하고 시설 영업권은 보장하거나, 위험도가 떨어지는 곳은 해제하고 높은 곳을 집중 관리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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