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면 퇴소 안해도 되지만 진학률은 10%뿐

최재훈 기자 2021. 2.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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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버림받는 아이들] [上] 부모에게 버림받은 보육원생들
입학하면 최대 5년 '보호' 지속, 휴학땐 보호기간 연장 즉시 끝나

만 18세가 되어도 보육원에서 나가지 않는 방법은 있다. 대학에 가거나 국비가 지원되는 직업교육·훈련시설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동복지법이 정한 보호 종료 ‘예외 조항’이다.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들에게 최선의 선택지는 대학 입학이다. 고교 졸업 후인 만 18세 이후에도 최대 5년까지 보육원에 적(籍)을 두고 더 머무를 수 있다. 당장 주거비와 식비가 해결된다. 등록금은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인 평점 3.0점을 넘으면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대학생이 되면 기초생활수급자 등록도 가능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노동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보호 종료(만 18세) 후 3년 동안 나오는 자립수당 30만원과 별개로 기초생활비 6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다만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그해 입학해야만 보호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퇴소 후 재수해서 이듬해 대학에 입학하면 보육원에서 지낼 수 없다.

자립수당 안내 포스터/보건복지부

그러나 보육원 출신 중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열에 한 명꼴에 불과하다. 9명은 사회로 그냥 내던져져야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인 1만2796명 중 2년제 이상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1363명(10.7%). 보육원 출신 대학생인 정모(23)씨는 “보육원 아이들은 초·중·고 때 대부분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학 진학은 꿈같은 이야기”라면서 “솔직히 보육원 측에서도 대학 가서 계속 보육원에 남아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사 대학에 들어가도 온전한 대학 생활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휴학을 하거나 해외로 교환학생을 가면 ‘보호 기간 연장’이 즉시 종료돼 보육원에서 나와야 한다. 성적 기준에 미달해 등록금 지원이 끊겨 빚을 지고 학비를 내는 학생도 허다하다.

고아권익연대 관계자는 “대학 진학 후 보호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도 좋지만, 보육원 출신들에게 특례입학 등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문턱을 낮춰주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그보다 더 절실한 건 대학 진학도, 직업 훈련원에도 못 가고 사회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자립하도록 지원 체계를 갖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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