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식업중앙회, 고용부 지원금 불법 전용 의혹 "고위 임원들 도덕적 해이 극치"

최은서 2021. 2. 3. 01: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외식업자 42만여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직능단체인 한국외식업중앙회가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지급된 인력지원금을 사업목적과 무관한 사업에 무단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한국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외식업중앙회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Industrial Skills Council) 사업 프로그램을 따내 예산을 지원 받은 뒤, 이를 해당 사업과 무관한 용역사업 등에 사용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남도지회 지부 사무국장의 착복
고용부 지원금 이중 수령 의혹까지
제갈창균(오른쪽)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이 2018년 8월 서울 중구 한국외식업중앙회 교육원에서 열린 외식업 소상공인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외식업자 42만여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직능단체인 한국외식업중앙회가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지급된 인력지원금을 사업목적과 무관한 사업에 무단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세 자영업자들 회비로 마련된 중앙회 예산도 영수증 없이 불투명하게 집행됐다는 내부 폭로 또한 이어지고 있다.


정부 사업에 쓸 예산을 중앙회 사업에

2일 한국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외식업중앙회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Industrial Skills Council) 사업 프로그램을 따내 예산을 지원 받은 뒤, 이를 해당 사업과 무관한 용역사업 등에 사용했다.

ISC는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출범한 단체로, 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지원금이 배정된다. ISC 규정에 따르면 ISC 전담인력은 해당 사업에 관련된 업무만 하는 게 원칙인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중앙회는 ISC 전담인력에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ㆍ한식진흥원과 파주시 등이 발주한 다른 용역 사업을 맡기면서 aT 등 다른 정부기관들로부터도 별도의 용역 사업비(보조금)를 수령했다. 관련 법규에 어긋나게 정부 예산을 중복 수령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ISC 운영비 지원금 운용 매뉴얼에 따르면 "사업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운영비 지원금을 사용하거나 부적정하게 집행한 경우 환수조치"하도록 돼 있다. ISC 전담인력으로 근무한 A씨는 "ISC와 전혀 관계 없는 용역업무를 수행했다. 나를 제외한 전담인력 3명도 중앙회 내부 사안이나 용역 업무 처리를 병행했다"며 "aT 등으로부터 중복 지급받은 예산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낸 회비, 영수증도 없이 펑펑

중앙회 예산 집행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내부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앙회가 비위 직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전현직 중앙회 임직원은 입을 모은다.

일례로 전남도지회 사무국장으로 있던 B씨가 2013년부터 7년간 영수증을 한장도 쓰지 않고도 예산을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중앙회는 B씨에 견책 처분만 내리고 문제를 덮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지회 사무처 직원들이 B씨를 업무상 횡령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B씨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사임했다. 전남도지회 한 직원은 "중앙회는 당시 '도지회 일이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중앙회가 직원들에게 신용카드나 상조 상품을 판매하게 한 다음 얼마나 팔았는지에 따라 특별 대우를 하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면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 됐다. 중앙회 고위 임원이 지난해 80여회 골프장을 찾는 등 중앙회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폭로 또한 나왔다. 중앙회 이사회 관계자는 "회원들 제보에 따르면 C 임원이 2015년부터 한해에 적게는 40여회 많게는 80여회 골프장을 찾았다"며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데, 고위 임원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는 분노가 크다"고 전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중앙회 "직원이 해야 할 업무 배정해준 것"

외식업중앙회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ISC 사업 관련 인건비 이중 수령 의혹에 대해 "ISC 전담인력에게 주어진 다른 업무는 중앙회 직원으로서 해야 할 업무를 배정해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횡령 의혹을 받은 B씨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사가 시작된 후 지회 사무국장으로 있던 B씨를 부장으로 강등했다"며 "B씨로서는 지역 사회에서 굉장한 수모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