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v' 촌극에.."대통령 칭할 땐 대문자로 씁니다"

박지혜 2021. 2.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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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그런데 적어도 ‘대문자’ V로 씁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v’ 촌극 관련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여 보좌관은 “청와대 근무할 때 돌아보면 대통령님을 지칭할 때 ‘VIP’ 또는 ‘V’라는 표현을 보고서에 쓰는 건 사실이다. 그냥 한글로 ‘대통령’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영어로 VIP, V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정해진 양식 없이 개인 취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제목에 (V를) 적는 경우는 2년 반 동안 한 번도 못봤다”며 “그 문서는 대통령 보고용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앞서 오 전 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 파일명의 ‘v’를 버전(version)이 아닌 대통령을 뜻하는 ‘VIP’라고 주장했다가 결국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오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문건 제목의 ‘v’라는 이니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 전 시장은 “우리는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 칭해왔음을 알고 있다. 결국 ‘v’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 내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의 이러한 주장은 누리꾼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v는 컴퓨터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내용을 수정하면 붙는 ‘버전’의 약어이기 때문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오 전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 “덕분에 간만에 크게 웃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v자 의미를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편 비판이나 비난의 글을 올리며 기본적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쓰다니”, “큰일 났습니다. 지금 제 컴퓨터에 거의 모든 파일명에서 v가 발견되고 있습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주장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오세훈 화났다!”라고 남겼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도 “문서에 v가 version의 약자라는 걸 교정해 줄 사람조차 주변에 없는 사람. 자기 상사가 간부회의 가서 망신당하는 걸 그냥 보고 있는 부하직원들이 제일 나쁘다”는 내용이 가장 인기 댓글로 올라왔다.

사진=오세훈 전 서울시장 페이스북
여당도 일제히 황당한 주장이라며 오 전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선우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정도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지 코미디언 지망생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라며 “가짜뉴스 북풍 공작을 향한 국민의힘의 무리수, 이제 제발 좀 멈추라”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우상호 의원 역시 “선거 때가 되면 이성의 상실 현상을 자주 보지만, 지성의 상실이라는 괴현상은 처음”이라며 “그렇다고 한다면 V3는 안철수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세 번 한다는 뜻인가”라고 비꼬았다.

결국 오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v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버전으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들을 많이 받았다. 그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의 입장에 혼란을 초래한 결과가 되어 안타깝다”면서도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 대북지원에 관한 저의 입장, 즉 대통령께서 직접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달라는 요청은 변함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이 문서의 보고를 받았느냐 여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유감 표명 이후에도 의혹을 제기한 글과 영상은 내리지 않았다.

이에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오 전 시장을 향해 “깔끔하게 ‘내가 잘못 말했다. 의욕이 앞섰다. 유권자께 사과드린다’하면 될 일”이라며, 유감을 나타낸 데 대해 “비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강 의원은 “한때나마 노무현 대통령께 올라가는 보고서를 만든 사람으로서 말씀드린다. 산자부 내부 보고서는 청와대가 사용하는 양식도, 대통령께 보고하는 양식도 아니다”라며 “만일 ‘보수 혁신’이란 게 가능하다면 그건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올라가는 ‘진짜 보고서’는 어떤지 궁금하다면 제가 공저자로 참여한 ‘대통령 보고서’를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이 지은 이 책에는 대통령비서실의 용도별 보고서 샘플이 수록됐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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