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v' 촌극에.."대통령 칭할 땐 대문자로 씁니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그런데 적어도 ‘대문자’ V로 씁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v’ 촌극 관련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여 보좌관은 “청와대 근무할 때 돌아보면 대통령님을 지칭할 때 ‘VIP’ 또는 ‘V’라는 표현을 보고서에 쓰는 건 사실이다. 그냥 한글로 ‘대통령’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영어로 VIP, V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정해진 양식 없이 개인 취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제목에 (V를) 적는 경우는 2년 반 동안 한 번도 못봤다”며 “그 문서는 대통령 보고용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오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문건 제목의 ‘v’라는 이니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 전 시장은 “우리는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 칭해왔음을 알고 있다. 결국 ‘v’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 내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의 이러한 주장은 누리꾼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v는 컴퓨터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내용을 수정하면 붙는 ‘버전’의 약어이기 때문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오 전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 “덕분에 간만에 크게 웃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v자 의미를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편 비판이나 비난의 글을 올리며 기본적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쓰다니”, “큰일 났습니다. 지금 제 컴퓨터에 거의 모든 파일명에서 v가 발견되고 있습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주장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오세훈 화났다!”라고 남겼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도 “문서에 v가 version의 약자라는 걸 교정해 줄 사람조차 주변에 없는 사람. 자기 상사가 간부회의 가서 망신당하는 걸 그냥 보고 있는 부하직원들이 제일 나쁘다”는 내용이 가장 인기 댓글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선우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정도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지 코미디언 지망생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라며 “가짜뉴스 북풍 공작을 향한 국민의힘의 무리수, 이제 제발 좀 멈추라”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우상호 의원 역시 “선거 때가 되면 이성의 상실 현상을 자주 보지만, 지성의 상실이라는 괴현상은 처음”이라며 “그렇다고 한다면 V3는 안철수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세 번 한다는 뜻인가”라고 비꼬았다.
결국 오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v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버전으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들을 많이 받았다. 그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의 입장에 혼란을 초래한 결과가 되어 안타깝다”면서도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 대북지원에 관한 저의 입장, 즉 대통령께서 직접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달라는 요청은 변함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이 문서의 보고를 받았느냐 여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유감 표명 이후에도 의혹을 제기한 글과 영상은 내리지 않았다.
이에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오 전 시장을 향해 “깔끔하게 ‘내가 잘못 말했다. 의욕이 앞섰다. 유권자께 사과드린다’하면 될 일”이라며, 유감을 나타낸 데 대해 “비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강 의원은 “한때나마 노무현 대통령께 올라가는 보고서를 만든 사람으로서 말씀드린다. 산자부 내부 보고서는 청와대가 사용하는 양식도, 대통령께 보고하는 양식도 아니다”라며 “만일 ‘보수 혁신’이란 게 가능하다면 그건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올라가는 ‘진짜 보고서’는 어떤지 궁금하다면 제가 공저자로 참여한 ‘대통령 보고서’를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이 지은 이 책에는 대통령비서실의 용도별 보고서 샘플이 수록됐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병규, 세번째 학폭 의혹…“만나서도 발뺌할 수 있냐”
- 성기 노출한 배민 배달기사 "순간 실수"…"배달 자격 강화해야"
- 생후 2주 아들 폭행해 숨지자…‘멍 없애는 법’ 검색한 부모
- '찐경규' 이경규 "이예림♥김영찬 상견례, 3시간 촬영 같았다"
- '인텔이어 퀄컴'…삼성전자 파운드리 찾는 고객사들
- 집값 ‘불쏘시개’ GTX-D 노선 나온다…‘김포~하남’ 포함하나
- 3세아 미라로 발견된 빈집에 ‘전기 쓴 흔적’…사람 다녀갔나
- [단독]삼성 도움 받은 코로나 백신 주사기, 美 FDA 승인
- [스포츠계 학교폭력 진단] 뒤늦게 드러난 학폭 가해자, 법적 처벌 가능할까
- [단독]당근마켓, 간편 결제시장 넘본다…‘당근페이’ 개발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