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언제까지 '공짜 타령'인가
증세 공론화하고 설득하는 게 책임정치
“세상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건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건국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플랭클린이 남긴 말로 역대 국세청장들이 종종 인용했다. 탈세범들을 잡겠다고 엄포할 때 쓰는 상투적인 문구다. 죽음처럼 세금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지만 뒤집으면 죽음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세금을 피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드 사용 등으로 과거보다 많이 투명해졌다 해도 개인사업자들이 절세와 탈세의 줄타기를 할 방법은 많다. 요즘 같은 연말정산 시즌이 오면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은 한 푼이라도 더 돌려받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당장 “국민적 공감대 없이 안 된다”고 잘랐다. 다른 세목도 아니고 모든 유권자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부가세니 4월 재보선을 의식해 서둘러 진화한 것이다. 박정희정부가 1977년 도입했을 당시 10% 세율이 40년 넘도록 요지부동인 건 그만큼 인화성이 강한 이슈라서다. 박정희정권 몰락의 도화선이었던 1979년 부마항쟁 때 학생들은 물론 자영업자, 회사원들이 대거 가세한 배경에는 부가세 도입에 대한 불만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찌감치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경기가 좋아져 세수 걱정할 일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남긴 상처는 꽤 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한국의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국가재정 여력을 빠르게 소진시킬 것이다. 북한과의 통일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이번에 밝혀진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은 우리가 부담할 대북 리스크 비용의 일단일 뿐이다. 게다가 현 정부의 씀씀이는 역대 최고다. 집권기간 330조원에 달하는 빚을 늘렸다. 여당의 유력 차기 주자들은 사실상 복지 경쟁에 돌입했다. 이낙연 대표는 어제 당 대표연설에서 생애주기별 소득지원을 골자로 한 복지 플랜을 내놓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온 국민에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론자다.
박정희정권은 무너졌지만 부가세는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세목으로 남았다. 2019년 기준 부가세 세수는 70조8000억원으로, 소득세(83조6000억원)와 법인세(72조2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40% 가까운 국민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기형적 구조에도 국가가 버티는 이유다. 이 의원처럼 여당 인사들도 부자 증세나 기업 협찬금으로 코로나 이후 재정수요를 메꿀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건 돌리듯 재정 폭탄을 다음 정부에 넘길 게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한 세입구조를 만들지 공론화해야 한다. 그것이 174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감당해야 할 책임 정치다.
“세금은 정치”라고 한다. 표를 얻기 위해 고무줄처럼 세금을 자르거나 늘리는 정치권 행태를 빗댄 말로 들린다. 하지만 국가 빚에 걸맞게 책임을 어떻게 분담할지 정하고, 납세자를 설득하는 일이야말로 고도의 정치 행위다. 현 정부는 각종 부동산세를 올리면서도 마치 ‘징벌’을 내리듯 납세자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준 적이 없다. 그리고 공짜 점심 싫어할 사람이 있냐고 호도한다. 국민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안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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