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의맛깊은인생]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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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 년 전이다.
지난해 이맘때 일본 이시카와 지역에 음식을 주제로 취재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오차즈케는 이시카와만의 특별 요리라고는 할 수 없다.
"이렇게 이시카와를 알리기 위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오늘 코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음식을 내드립니다. 오차즈케입니다. 특별한 요리는 아니지만 어릴 적 제 어머님이 만들어주시던 방식 그대로 만들었으니, 맛있게 드셔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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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취재를 간다면 다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겠다며 부러워하지만 생각만큼 즐겁고 유쾌하지는 않다. 스케줄에 따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음식을 먹다 보면 마치 먹는 기계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 ‘먹어야 하는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시카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메밀소바에서 시작해 회덮밥, 돈부리, 우동, 라멘, 가이세키(일본식 정찬) 요리로 이어지는 ‘취재 코스’는 ‘먹는 것도 힘들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지금 그 맛에 대한 기억들은 다 사라졌다. 사진을 보며 희미한 맛의 잔상을 떠올릴 뿐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 먹었던 오차즈케만은 아직 선명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오차즈케는 이시카와만의 특별 요리라고는 할 수 없다. ‘오차’와 ‘담그다’라는 뜻의 ‘쓰케루’가 합쳐진 말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나 간식으로 먹는다.
이시카와 일정은 짜증의 연속이었다. 현지 관계자는 분초 단위로 스케줄을 짜놓았는데, 밥 먹고 사진 찍고 이동하고 밥 먹고 사진 찍고 이동하는 식이었다. 게다가 몇몇 스케줄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우리 일행의 이런 짜증을 눈치챘는지 저녁 식사를 주최한 측에서 가벼운 맥주 파티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쏟아내는데 식당의 요리사가 우리 방으로 왔다.
“이렇게 이시카와를 알리기 위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오늘 코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음식을 내드립니다. 오차즈케입니다. 특별한 요리는 아니지만 어릴 적 제 어머님이 만들어주시던 방식 그대로 만들었으니, 맛있게 드셔주시길 바랍니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로 옅은 육수를 내고 연어살을 살짝 올린 그날의 오차즈케는 이시카와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 세상에는 말로 설명하면 그 느낌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날 맛본 오차즈케의 맛도 그랬다. 단지 ‘음, 세상에는 이런 맛이 꼭 존재할 필요가 있지’하고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무언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런 맛이었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많은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기억에 남아있는 음식은 하나같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음식들이다. 라오스 산골 마을에서 얻어먹은 쌀국수 한 그릇, 시칠리아 시골에서 먹은 파스타 등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평범하기만 한 그 음식들이 미뢰 속에 깊고 선명하게 각인되어 불쑥 그곳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왜일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음식에 담긴 진심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최갑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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