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컸어, 모두 손봐야겠어.. 中정부, IT권력 본격 옥죄기
지난달 31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행정부)이 총 51개 조항으로 구성된 5년짜리 시장 개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높은 수준의 시장 체제 건설을 위한 행동 지침'이라는 제목이 달린 지침은 거대 IT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 규제 강화’가 핵심이다.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행위 규정 등의 법적 기준을 마련한다” “플랫폼 경제와 공유 경제 등 신사업 분야에서의 반독점 및 불공정 경쟁 규제를 강화한다”는 문구가 이를 상징한다.
중국에선 플랫폼은 알리바바의 간편 결제, 텐센트의 메신저, 바이두의 검색엔진과 거의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BAT’라 불리는 이 IT 공룡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알리바바·텐센트 등 거대 기술 기업을 반독점 명목으로 옥죄는 가운데 나왔다”며 “앞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IT 공룡을 향해 ‘반독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중국의 반독점법은 2008년 시행된 후 주로 건설업계, 교통운수업계의 담합이나 주류·분유·육류업체 등에 적용됐다. 모두 베이징 올림픽 전후 일어난 건설붐과 소득성장에 따른 식품 소비 증가에서 이득을 본 산업들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반독점 규제의 주인공을 부상한 건 지난해부터다. 테크 기업들이 과거 건설 기업 이상으로 덩치가 커졌고, 일부 기업이 검색·메신저·결제시장 등 모든 플랫폼에서 과도한 장악력을 갖추고 정부를 위협할 정도의 ‘거대 권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시진핑, 본격적인 ‘테크 기업 옥죄기’ 나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1일, 중국 공산당의 중추기구인 중앙정치국 월례 회의에서 처음으로 반독점 규제를 2021년 주요 정책 목표로 거론하고 나섰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공개 석상에서 중국 정부의 금융규제 정책을 비판하고, 그 후폭풍으로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홍콩상장이 전격 중단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시 주석의 발언 직후인 12월 14일, 시장 반독점 규제의 주체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관리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투자 자회사인 알리바바인베스트먼트와 웨원(閱文)그룹에 반독점법 위반 명목으로 각각 50만위안(약 8642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온라인쇼핑몰 업체인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부터 수차례 중국 대형 백화점 업체의 지분을 늘려가며 유통 분야 독과점을 노렸고, 콘텐츠 강자인 텐센트는 2018년 웹소설 업체를 인수하며 시장 독점을 야기했다는 이유였다. 중국 인터넷 매체 텅쉰망은 “50만 위안은 천문학적 매출을 기록하는 이들 기업엔 새 발의 피지만, 그 동안 규제 없이 극도로 우호적이던 정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4일 시장관리국은 알리바바에 본격적인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뒤이어 올해 1월에는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 핀테크 산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차이푸퉁(財富通)에 시장질서 위반 등 이유로 총 876만5700위안(약 1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는 아직 규제 당국에 불려가지 않았지만, 검색 시장 독점 등 문제로 긴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터넷 기업도 예외가 없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메이퇀뎬핑은 결제 서비스에서 알리페이를 일방적으로 삭제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당했고, 규제 당국의 주목을 끌었다. 올 초에는 중국 신흥 온라인쇼핑몰 업체인 ‘웨이핀후이(唯品會)’가 입점 업체에 경쟁 기업과 협력을 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며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됐다. 중국 인터넷 매체 신랑재경은 “이들의 사업 행태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행해지던 것”이라며 “앞으로 과거 같은 인터넷 기업의 폭발 성장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 당국, ‘기업인 신격화에 거부감’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거대한 부(富)를 축적한 인터넷 기업 수장들이 국가 지도자를 뛰어넘는 인기와 명망을 얻는 것을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본다고 분석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격이 자유롭고 ‘할 말은 하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마윈의 정부 비판에 극노했으며, 손수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켰다고 알려졌다.
중국 주요 테크 기업의 주가는 정부의 정책 발표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선 중국 주요 테크 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규제책을 명시적으로 내놓은 이상, 당분간 주가는 불안정하게 움직일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살 아이 머리 킥보드로 때린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
- 비타민 사과의 9배, 매일 골드키위 먹고 몸에 생긴 변화
- 反明 전병헌 “이재명 끝나고 3총3김 경쟁력 달라져”
- [단독] 이기흥의 대한체육회, 올림픽 메달권 36명에 살모사 든 뱀탕을 보양식으로 줬다
- [부음]박순철 울산시의회 사무처장 부친상
- 한동훈 “이재명, 피고인이 판사 겁박…최악 양형 사유”
- 내년 경주서 ‘APEC CEO 서밋’… CEO 1000명, 알파벳 b 모양 ‘엄지척' 이유는?
- 연일 완판 행진 카이스트 탈모 샴푸, 단독 구성 특가
- 美국방장관 지명자 헤그세스, 성비위 의혹...‘극단주의’ 문신도 논란
- 잠자던 ‘고래’가 깨어난다... ‘트럼프 랠리'에 움직이는 가상화폐 큰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