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억류 韓선원들..한달만에 석방 합의
70억弗 지급 협의 오간듯
이란에 구금됐던 한국 선원들이 한 달여 만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우리 외교부는 2일 오후 "호르무즈해협 우리 선원 19명의 억류가 해제됐다"며 "잔류 선장과 선박 억류 해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2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한국 정부 요청에 따라 페르시아만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 혐의로 억류된 한국 선원들이 출국 허가를 받았다"며 "이란의 인도주의적 조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란의 해제 조치는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오후 6시 50분부터 약 30분간 세예드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케미호 및 승선 선원들의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건 차관은 지난달 이란을 방문한 이후 이란 측과 선박 억류 해제를 위한 지속적인 협상을 담당해왔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우리 선장과 선박에 대한 억류가 해제될 때까지 이란 측과 협의 등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라며 "선박 및 화물의 유지, 관리 필요성 등을 감안해 억류에서 해제되는 선원들의 인수와 귀국을 포함한 이동에 관해서는 선사 측과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2일 "해당 선박과 선장의 위법한 행위와 관련한 법적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아락치 외무부 차관과 최종건 1차관 간 통화에서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외환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제할 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측은 선박 억류 당시 해당 선박이 걸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해양 오염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6일 이란으로 가서 선박과 선원을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해양 오염의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했지만 이란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 선박은 메탄올 등 세 종류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배경으로 꼽히는 한국 내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이 자금은 우리은행을 비롯해 일부 국내 은행 내 이란의 원화결제계좌에 있다. 이란은 선박 나포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 중인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에 대한 해결 노력을 강조해왔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도 "한국 외교부 측은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자산의 동결 해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자산 동결 해제에 대한 성의를 보인 것을 대가로 선박에 대한 억류를 부분해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산 동결 해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한예경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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