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바이든에 도전하며 中에 크게 베팅”
민주화 10년 만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미얀마를 민주화 세력권에 두고 중국 견제선으로 삼으려 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얀마를 우호 세력으로 만들어 미국의 봉쇄선을 뚫는 거점으로 삼으려 했다. 이 상황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미얀마를 둘러싼 미·중의 전략이 더욱 첨예하게 부딪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국제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로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군부가 권력을 내려놓고 구금한 활동가와 관리들을 석방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는 1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총리 격)과 원 민 대통령 등 집권 여당인 민주주의민족연맹(NLD) 측 인사들을 체포하고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이 차지했다. 바이든은 이를 “민주화와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역, 전 세계 파트너들과 함께 버마의 민주화를 뒤집으려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제재 관련 법과 권한의 검토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남부와 인도양을 접한 미얀마는 지리적 요충지다. 미국이 미얀마 문제에 적극 관여하는 것은 미얀마가 대중(對中) 전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2011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일방적인 친(親)중국 노선을 수정해왔다. ‘아시아 회귀’를 강조하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테인 세인 대통령, 아웅산 수지와 면담했다.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이었다.
바이든 외교안보팀도 그간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를 강조하며 동맹,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가까운 군부의 쿠데타를 묵인할 경우 미국의 구상은 초반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외신들은 미얀마가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동맹 정책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제재로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얀마에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軍政)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동안 거의 유일하게 경제·군사적 지원을 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얀마와 중국 남부를 잇는 송유관을 건설하며 경제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아세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을 앞세워 미얀마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지지부진했던 중국 남부와 미얀마를 있는 철도, 도로 건설 사업이 다시 속도를 냈다. 미얀마는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제재를 현실화하면 미얀마 군부는 다시 친중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으로선 미얀마를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현 상황을 그냥 내버려두기도, 그렇다고 강공을 취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미얀마 군 총사령관이 바이든에게 도전하며 중국에 크게 걸었다(bets big on China)”고 했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도 “미얀마 군부가 행동에 나서기 전 미국 제재 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가 압박에 나서더라도 견딜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월터 로만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는 워싱턴을 크게 앞서 있다는 게 진실”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은 미얀마를 향해 최근까지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11~12일 미얀마를 방문해 철도 건설 등 7가지 합의서에 서명했다. 윈 민 대통령,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물론 이번 쿠데타로 권력을 차지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과도 회담했다. 다만 중국은 아직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상황을 감안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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