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승강기 타라"..배달 노동자들, '아파트 갑질' 인권위 진정

홍민기 2021. 2. 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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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시대에 배달 노동자는 그야말로 필수가 됐습니다.

그런데 일부 아파트에서 이들의 오토바이 진입이나 주민용 엘리베이터 이용을 막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배달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년 차 배달 노동자 이성희 씨.

주문받은 물건을 싣고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에 도착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안 요원이 불러세웁니다.

주민이 아니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으니, 소지품을 맡기라는 겁니다.

[오피스텔 보안 요원 : 휴대전화나 열쇠 중에서 보관 물품 한 가지 맡겨 주셔야 해요. (휴대전화를 맡겨야 한다고요?)]

어렵게 들어왔더니, 안내받은 곳은 다름 아닌 화물용 엘리베이터.

입주민 엘리베이터는 이용 금지입니다.

[오피스텔 보안 요원 : (일반 엘리베이터는 못 타요?) 일반 엘리베이터 탈 수 있는 경우가, 미화팀 청소하거나 이사 가야 할 때만….]

이번엔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보안 요원이 막아섭니다.

[아파트 관리인 : 오토바이는 여기, 여기. 불편한 건 아는데, 우리도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이것 때문에….]

배달 라이더 전용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가라는 겁니다.

결국, 넓은 아파트 단지를 헤집으며 수백 미터 거리를 뛰어갑니다.

지상은 입주민 안전 때문에, 지하 주차장은 배달원들의 막무가내 주차 때문에 막기로 했다는 게 아파트 측 입장입니다.

[아파트 관리인 : (단지 안에) 어린이집이 있어요. 요만한 애들이 많은데…. (지하 주차장은) 배달을 빨리 하려고 문 앞을 막아요.]

주민들에게 쓸데없는 불편 끼치지 말고 조용히 배달만 하라는 건지, 노동자 이 씨는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희 / 배달 노동자 : 배달 노동자가 화물이라는 거잖아요. 이건 너무나도 인권 침해적인 행위 같아요. 오토바이 타고 가면 몇 초면 가는 거리를 왜 내가 뛰어야 하나….]

이런 '갑질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76곳에 달했습니다.

특히, 강남 3구에 집중됐는데 모두 쉰 곳이 넘습니다.

참다못한 배달 노동자들은 개선안을 마련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겁니다.

[김영수 / 민주노총 배달서비스지부장 : 1층에서 직접 수령을 하시든가, 1층에 상자라든지 음식 보관함을 준비해 주시는 게 저희 노동자들에게는 훨씬 안전하고….]

YTN 홍민기[hongmg122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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