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먹고 세계로 뻗으리..'스토리의 숲' 네이버·카카오, 비슷한 듯 다른 콘텐츠 확보 전략
[경향신문]
네이버 ‘거미줄 전략’
거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취득
웹소설·웹툰·영상의 전환 쉬워져
BTS 보유 빅히트와도 콘텐츠 협업
카카오 ‘모여라 전략’
카카오페이지·카카오M 합병으로
8500개 원천 지식재산 갖게 돼
음악·영화·공연 등 관계사 50여개
#지난달 28일 저녁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 ‘쇼핑라이브’에는 웹툰 <여신강림>의 작가 야옹이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야옹이 작가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여신강림> 속 화장품, 미용기기 등을 소개했다. 웹툰 주인공 임주경 메이크업 따라잡기, 뷰티팁 전수 등 관련 이벤트가 함께 진행됐다.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여신강림>은 한국과 미국, 일본, 태국, 프랑스 등에서 누적 조회수 40억회를 넘겼다. 지난해 12월9일부터는 케이블채널 tvN에서 드라마로도 방송 중이다. 시청률 3~4%대를 유지하며 선방 중인 드라마 <여신강림> 제작에는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N’이 공동제작사로 참여했다.
#케이블채널 OCN에 ‘사상 최고 시청률’이란 선물을 안기며 지난달 24일 종영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의 동명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의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가 제작됐고,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으자 다시 웹툰이 힘을 받고 있다. 드라마 시작(2020년 11월28일) 전까지 기록은 누적 조회수 8000만, 열람자수 330만명이었는데 올해 1월에는 이 수치가 조회수 1억4000만, 열람자수 670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드라마가 세계 최대 온라인스트리밍 플랫폼(OTT)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된 덕분에 웹툰 역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현재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웹툰 <경이로운 소문>은 올해 2월 중에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일본 픽코마에서 연재를 시작한다. 올해 안에 대만, 태국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 플랫폼 픽코마는 카카오저팬이 설립한 회사다. 타파스의 최대주주 역시 카카오페이지다. 대만과 태국에는 인도네시아처럼 카카오페이지의 해외지사가 설립된다.
위에 든 예처럼 ‘똘똘한 콘텐츠’ 하나는 끝없이 가치를 만들고 회사에 수익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콘텐츠에는 ‘국경’이란 장벽이 거의 없다. 국내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에 ‘국제적 콘텐츠’만큼 좋은 아이템은 없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다.
목적은 같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확보 방법은 조금 다르다. 네이버는 다양한 협력사와 연계해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을 주로 쓰고 있다. 카카오는 인수와 합병 등을 통해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는 데 더 힘을 쏟는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양한 ‘1차 콘텐츠’를 손에 넣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양사는 어떤 방법이라도 쓸 기세다.
2020년 네이버 콘텐츠 매출 4602억원
2020년 3분기 카카오 콘텐츠 매출 5460억원
올해는 네이버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네이버는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어 캐나다 웹소설 업체 ‘왓패드’의 지분 100%를 약 6억달러(6596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2006년 설립된 왓패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웹소설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세계 1위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과 결합하면 월간 순 사용자 1억6000만명의 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탄생한다. 왓패드에서 검증된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왓패드 스튜디오와 스튜디오N의 영상화 협업도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는 웹툰과 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분야 자회사들을 뭉쳐서 콘텐츠 시장의 ‘공룡’을 만들어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을 결의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16개의 자회사 및 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 IP(지식재산)를 보유했다. 카카오M은 배우 매니지먼트 7개와 음악 레이블사 4개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두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연결되는 관계사만 50여개에 이른다.
네이버는 역시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와 협업을 발표했다. 네이버와 빅히트는 지난달 27일 각자 운영하던 팬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의 사용자·콘텐츠·서비스 등을 통합한 새로운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빅히트 자회사인 위버스 운영사 ‘비엔엑스’에 총 4118억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콘텐츠 부문 매출은 4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8.8%나 증가했다. 아직 지난해 총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에만 콘텐츠 매출 546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콘텐츠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2020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OTT 시장의 경쟁이 굉장히 심화하고 좋은 스토리 IP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양질의 IP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웹툰·웹소설은 다양한 창작자 확보가 용이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대표도 “영상화된 IP의 글로벌 흥행은 원작 소비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켜 더 많은 사용자가 웹툰에 다시 인입되는 선순환을 낳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모든 핵심 글로벌 스토리텔링 IP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며, 양질의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규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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