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인생도, 새벽 만원버스 타고 새출발하는 강승호

이천 | 이용균 기자 2021. 2. 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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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음주 사고 '반성의 시간'
두산 이적 후 훈련과 봉사 병행
"야구 소중함 느껴" 자성과 각오

[경향신문]

두산 강승호가 2일 두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경기 이천시의 두산 베어스파크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음주운전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KBO리그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형법이 규정하는 것 이상의 커다란 징계와 반성을 요구한다. 내야수 강승호(27·두산)는 2019년 4월 음주 상태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이를 구단과 리그에 바로 알리지 않은 채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KBO로부터 출장정지 90경기, 봉사활동 180시간,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임의탈퇴 해제 뒤 계산되기 때문에 아직 출장정지 26경기가 남았다.

FA로 이적한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년 동안의 반성을 거쳐 두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강승호는 2일 훈련을 앞두고 “단체훈련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허)경민이 형 등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편한 분위기 속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은 반성의 시간이었다. 일찌감치 의무 봉사시간 180시간을 채웠지만 병원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아침 6시쯤 새벽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서 환자들의 식사를 돕는 게 주된 일이었다. 강승호는 “야구하면서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이 없었다. 새벽 버스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항상 만원이었다. 세상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정말 쉽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고 말했다.

2년은 인간 강승호를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 야구와 떨어져 있으면서 거꾸로 선수로서도 성장했다. 강승호는 “야구 안 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더라”고 말했다. 사라져야 소중함을 느끼는 것들이 많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강승호는 “예전에도 절실하게 야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유니폼 벗어보니 진짜 절실함이 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애써 피하다가 눈에 들어온 야구는 이전의 야구와 다르게 보였다. 강승호는 “야구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두산은 2루수 최주환과 1루수 오재일이 빠졌다. 오재원의 1루 출전 경기가 많아지면 2루를 채워야 한다. 유격수 김재호의 백업도 필요하다.

강승호 외에 오재일의 보상선수 박계범, 신인 안재석 등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경쟁 중이다.

강승호는 2018년 SK 이적 뒤 37경기에서 OPS 0.846을 기록했다. 수비 못지않게 공격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개막 뒤 26경기가 지나고 나면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다. 강승호는 “야구장 떠나서 느낀 점 많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돌아왔을 때 팬들에게 반성과 준비 잘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이후라면 응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천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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