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계정 내놔" 진화한 학교폭력..온라인 협박은 오프라인 범죄로 이어져
[앵커]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카카오톡 계정이 정지됐다면 어떤 상황인지 꼭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A씨/피해 학생의 부모 : 저도 처음엔 몰랐으니까…왜 정지됐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B씨/피해 학생의 부모 : 계정을 매매한다는 것, 이제 중학교 2학년 되는 애들이… 상상 밖의 일이었죠.]
JTBC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학교 폭력을 취재했습니다. 카카오톡 계정을 빼앗고 다른 계정까지 구해 오라며 협박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중학생 3학년 아이를 둔 A씨.
지난해 11월 중순, 아이의 카카오톡이 정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씨/피해 학생의 부모 : 오픈채팅방 게임 관련해서 들어갔는데 정지당했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다가…]
아이의 계정으로 지난해 10월과 12월 다른 지역에서 로그인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에 문의해보니, 해당 계정에 대한 신고가 많아 최대 60일간 이용을 못하도록 제한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고등학생 B군에게서 시작된 학교폭력이었습니다.
[A씨/피해 학생의 부모 : 몇 차례 물었더니, 무서워하는 형, 이름이 좀 있는 형이기 때문에… (계정을) 순순히 준 것 같더라고요. 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취재진은 아이가 계정을 빼앗기기까지의 대화 내역 일부를 입수했습니다.
카톡 계정을 넘기라고 집요하게 요구합니다.
답이 없으면 욕도 합니다.
계정을 넘긴 후에는 또 다른 계정을 구해오라고 지시합니다.
수시로 돈도 빌려달라고 하고, 입단속도 잊지 않습니다.
[A씨/피해 학생의 부모 : 저희 아이도 친구가 그 방에 부른 거거든요. 다단계 같아요. 한 명 누가 위에 있으면 또 밑에, 한 학년 또 밑으로 내려가고 해서 초등학생 6학년까지도 내려간 걸로…]
가해 학생들은 카카오톡 계정을 도박사이트나 불법 홍보 업체 등에 넘깁니다.
대가로 게임머니를 받거나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20만 원 현금을 챙깁니다.
[A씨/피해 학생의 부모 : 청소년 아이들이 휴대폰을 오픈하진 않잖아요. 그래도 좀 한번은 꼭 챙겨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고…]
[앵커]
카카오톡 계정을 빼앗는 학교 폭력은 따지고 보면 어른들의 세계에서 시작됐습니다. 돈을 주고 계정을 사는 어른들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사들인 계정은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하거나 홍보 메시지를 보낼 때 쓰인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어른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 감금을 하거나 폭력을 쓰면서까지 계정을 빼앗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창원의 중학교 1학년 C군, 이달 초 같은 학교 선배인 D군에게 카카오톡 계정을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정을 넘기라는 연락은 한 달 전부터 주기적으로 받았습니다.
[C군/피해 학생 : (계정을) 안 판다고 하면 넘어가겠지 하고 안 팔겠다고 했는데… '니들 오늘도 안 오면 진짜 X진다' 이렇게 와서 집에 한번 불려가게 됐는데…]
C군은 그 집에서 세 시간가량 갇혀 있었습니다.
[C군/피해 학생 : 들어가자마자 저희한테 담배 하나 주면서 '물어라' 하고…'카톡 팔래? 아니면 담배 피울래?' 이러면서 문 닫으면서 '니들 카톡 계정이랑 안 할 때까지 못 나간다'는 거예요.]
카카오톡 계정을 내놓고, 갖고 있던 돈 만 2천 원까지 내주고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현재 C군의 카카오톡 계정은 정지상태입니다.
C군의 부모는 지난 16일 경찰에 D군을 고소했습니다.
경기 시흥에서는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이가 폭행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해 학생은 고등학생 한 명과 중학생 네 명입니다.
온라인에서 카카오톡 계정 넘기길 거부하자 오프라인에서의 폭행으로 이어진 겁니다.
경기 시흥 경찰서는 가해 학생들을 폭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피해자들이 학교나 경찰에 신고해도 불안한 마음이 줄지 않습니다.
[C군/피해 학생 : 만나면 해코지당할 수 있으니까, 나갈 때마다 사실 좀 많이 불안해요.]
[B씨/피해 학생의 부모 : 지역 사회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상권, 공원은 딱 정해져 있어요. 마주치게 될 때 2차 피해라든가 방지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영상디자인 : 김충현·배윤주 / 영상그래픽 : 박경민·김정은)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명 넘게 모일 텐데 어쩌죠"…K-며느리들의 고민
- "제설작업으로 하루 시작"…박보검 편지 전문 입수
- MB 안보수석 천영우 "북 원전 검토, 이적행위 아니다"
- "걸어서 올라와라"…배달 노동자들 '갑질 아파트' 진정
- 김포시장 "교통 아닌 고통"…골드라인 '지옥철' 타보니
- [단독] 명태균 "국가산단 필요하다고 하라…사모한테 부탁하기 위한 것" | JTBC 뉴스
- 투표함에 잇단 방화 '충격'…미 대선 앞두고 벌어지는 일 | JTBC 뉴스
- 기아의 완벽한 '결말'…우승에 취한 밤, 감독도 '삐끼삐끼' | JTBC 뉴스
- "마음 아파도 매년 올 거예요"…참사 현장 찾은 추모객들 | JTBC 뉴스
-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금 20돈 발견한 경비원이 한 행동 | JTBC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