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맨슨에 그루밍 성폭력 당했다" 할리우드 여배우의 폭로

이세영 기자 2021. 2. 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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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퍼포먼스와 자극적 음악으로 유명한 미국 가수 마릴린 맨슨(52·본명 브라이언 워너)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그의 과거 연인이었던 배우 에반 레이첼 우드(34)가 폭로했다.

/마릴린 맨슨 인스타그램

1일(현지 시각) 영국 BBC방송,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를 학대한 사람의 이름은 브라이언 워너이며 ,마릴린 맨슨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썼다. 그는 “내가 10대였을 때 나를 그루밍(Grooming·성적 길들이기)하기 시작했고 수년간 끔찍하게 학대했다”며 “나는 세뇌당했고 복종당했다”고 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먼저 상대의 호감을 얻고 신뢰를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 가해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것을 뜻한다.

우드는 “맨슨이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망치기 전에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폭로하려고 한다”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희생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우드가 맨슨의 성적 학대 사실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당시 19세였던 우드는 38세의 맨슨과 연인이 됐다. 2010년 약혼을 발표하면서 둘의 관계는 순탄해 보였으나 이듬해 둘은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우드는 미 의회 청문회, 언론 인터뷰 등에서 “10대 후반에 만난 어떤 사람에게 고문을 당했다”며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으나 가해자를 명확히 지목하진 않았다.

/에반 레이첼 우드 인스타그램

◇ 추가 폭로 이어져 “마약 강요·성폭행… 피의 서약도 요구”

이어 맨슨에게 당한 성폭력 경험을 폭로한 다른 여성 4명이 등장했다. 맨슨의 개인 비서로 일했던 애슐리 월터스는 소셜미디어에 “맨슨은 자주 폭력적으로 변했다”며 “유리 접시나 무거운 물건을 던졌다”고 적었다. 월터스는 맨슨이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성적 만남을 제안했으며 업무 관계가 끝난 뒤에도 학대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월터스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아티스트 ‘수어걸(SourGirrrl)’로 알려진 가브리엘라는 “맨슨이 수차례 나를 묶은 뒤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라는 맨슨이 마약을 강요하고 깨진 유리로 서로의 손을 찔러 ‘피의 서약’을 맺을 것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가브리엘라는 극단적 선택 시도 후 병원에 입원했다. 이밖에도 사라 맥닐리, 애슐리 린제이 모건 등도 맨슨에게 당한 끔찍한 학대 사실을 공개했다.

맨슨과 함께 활동했던 기타 테크니션인 댄 클리어리는 “맨슨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폭력적인 연인이라는 것을 직접 봤다”며 “그의 여자친구는 거의 2년 동안 눈물 흘리고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맨슨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맨슨은 그녀를 죽이고 잘라내 묻겠다며 위협했다”며 “장애가 있는 그녀의 가족을 조롱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맨슨과 작업한 사람들도 이러한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으나 직장을 잃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맨슨을 향한 폭로가 쏟아지면서 맨슨의 최근 앨범을 발표한 음반사 ‘로마 비스타’는 “앞으로 맨슨과 협업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앨범을 홍보하는 것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릴린 맨슨 인스타그램

◇ 맨슨 “끔찍한 현실 왜곡… 합의한 경우만 관계 이뤄져”

이에 맨슨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의 예술과 삶은 오랫동안 논쟁이 돼 왔지만 최근 나를 향한 여러 주장은 현실을 끔찍하게 왜곡했다”며 “항상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 합의한 경우에만 친밀한 관계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과거를 어떻게, 왜 잘못 언급하든지 내가 말한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우드는 ‘더 레슬러’, ‘킹메이커’, ‘겨울왕국2’, ‘아스테릭스’ 등 영화에 출연했다. 또 HBO 시리즈 ‘웨스트월드’에서 지적인 역할의 안드로이드 돌로레스 애버나시 역을 연기했다. 우드는 지난 2019년 가정폭력 공소시효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피닉스법’ 제정을 이끌기도 했다. 피닉스법은 2019년 10월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의 법안으로 통과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맨슨은 밴드 마릴린 맨슨의 리더이자 보컬이다. 맨슨은 지난 1994년 데뷔 이후 스튜디오 앨범 11장을 냈다. 이중 3장은 영국 톱10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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