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키우는 인터넷은행..금리단층 해소될까
[경향신문]
카카오뱅크 “중저신용자 비중 제고”…토스는 ‘신파일러 특화’ 표방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도 합류…연체 가능성 낮은 고객 선별 관건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업체들이 올해 중금리 대출을 늘리거나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금리 대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했던 중저신용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대출 상품 부문에서 금융 포용을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2020년과 비교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이후 연평균 1조2000억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으나 고신용자에게 집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해 9월 말 기준 중금리 대출 가운데 자체 중금리 대출은 1120억원으로 정부보증 대출(9100억원)의 8분의 1에 그쳤다. 윤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올해 하반기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을 출시해 대출 가능한 고객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오는 7월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에 특화된 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올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다양화한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공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도 나서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올해 초 “중신용자 중 부실률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과 손잡고 지난해 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 대상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금리 단층’은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다. 대출 금리가 은행의 4% 이내 저금리와 저축은행·대부업 등의 10% 후반 또는 20%대 고금리로 양극화하면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은 미흡했던 탓이다. 금융당국은 2016년 정부보증 중금리 상품(사잇돌 대출)을 선보이고 2018년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금리 단층 허물기에 노력했으나 은행들은 높은 부실 우려 등으로 중금리 대출을 꺼려왔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과 역시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규제 강화로 중금리 대출 잠재 수요가 커지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관건은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객을 선별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업체는 신용평가시스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카카오 계열사들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 이외에 카카오선물하기, 카카오택시 이용 정보 등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단골 고객 비중과 고객 리뷰 응답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과 다른 신용평가 모델이 나온다면 (은행권에서) 배제됐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만약 카카오나 네이버가 5~7등급 중저신용자에게 10% 미만 금리로 대출을 내주게 된다면 저축은행의 타격이 클 것이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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