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별·보편 동시지원" 제안에 홍남기 "못한다" 정면충돌

서영지 2021. 2. 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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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추경 공식화
홍남기 부총리 "수용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계층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동시에 논의하겠다며 4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했다. 보편과 선별 중 한쪽을 선택했던 1~3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보편·선별을 병행하겠다는 것인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후 즉각 반대 뜻을 밝히면서 당정이 정면충돌했다. 그동안 4차 재난지원금의 불가피성을 밝혔던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맞춤형, 전 국민 동시 지급 병행 방식엔 부정적이어서 의견 조율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겠다.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해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불과 2주 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론에 대해 “방역에 집중할 때”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과 다른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모든 도민에게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입장 변화엔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당이 추진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손실 보상 제도화는 법안 통과부터 시행령 마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선거 전 추경안을 편성해 선별과 보편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지원금을 지급하고 싶어 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더 긍정적인 답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장 기재부가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의 국회 연설 뒤 4시간여 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결정 시 정책의 필요성, 합리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정책 결정에 비용(cost)이 따르고 제약이 있다는 점도 늘 기억해야 한다”며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보편과 선별 병행 방안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앞두고 치고 나가는 여당과 달리 청와대와 정세균 총리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불가피하지만 지금은 소비 진작을 할 때가 아니기 때문에 좁고 두텁게 가야 한다”며 선별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도 전날 당·정·청 회의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의 참석자는 “청와대는 당과 기재부의 중간 입장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2차 긴급 선거지원금’이라고 비판하는 국민의힘도 소극적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4차 재난지원금 문제는 1·2·3차 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해서 ‘꼭 필요한 곳에, 재원 범위 안에서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을 지키는 범위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의 추이도 쟁점이다. 전 국민 지원은 소비 진작 차원이기 때문에 코로나의 안정적 통제가 전제조건이다. 이 대표가 연설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 적절한 단계에서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부, 청와대와 충분히 논의한 뒤 3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서영지 노지원 장나래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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