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마 군부 제재" 경고했지만..'중국 영향력만 키울라' 고민
[경향신문]
바이든 정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대외 정책 첫 시험대
양국 간 교역량 적어 실효성 의문…중국 의존도 높일 가능성
미 입김 차단 나선 중 “서방의 격한 반응, 불확실성만 늘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경제 제재를 경고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반면 중국은 “서방 국가들의 격한 반응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미얀마 군부 정권의 친중노선 강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바이든 정부 ‘민주주의 리더십 외교’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주의 수호와 중국의 세력 확장 견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제재 경고하는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강력 비판하며 제재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이 미얀마 군부의 의지를 꺾을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중국의 영향력만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얀마 쿠데타를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버마 군부를 압박하는 데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면서 군부를 향해 즉각적인 권력 포기, 구금자 석방, 통신 제한 해제, 시민에 대한 폭력 자제 등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미얀마의 민주화 진전에 따라 제재를 해제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진전을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고 적절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총선으로 정권의 민간 이양이 이뤄진 이후 해제한 제재의 복원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비난 수위는 높았지만 제재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단 미국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얀마는 미국의 70번째 수입국에 불과하다. 이슬람계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을 이유로 군부 인사 상당수가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제재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얀마의 전체 무역량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며, 미국과 미얀마의 교역량은 그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215억달러(약 24조원)로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였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 미얀마의 중국 의존은 커지고, 미얀마 시민들의 반미정서를 자극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비난하면서도 ‘군부의 권력 장악’이라고 부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쿠데타로 규정할 경우 미국 국내법상 향후 미얀마와의 외교적 관여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릭 미첼 전 미얀마 주재 미국대사는 워싱턴포스트에 “민주주의는 바이든 정부 외교 정책을 이루는 기둥 중 하나이므로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 “관건은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 서방 간섭 우려하는 중국
중국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미국의 ‘입김’ 차단에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 “일부 서방국가와 언론들이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를 쿠데타라고 표현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 서방의 격한 반응은 미얀마의 불확실성만 증가시킨다”고 했다. 이어 “서방의 강경한 태도와 달리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관심과 존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쿠데타 원인이 된 선거를 언급하면서 “서방국가들이 자신들의 선거제도를 강요하면 중소국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현대화 과정에서 서양식 선거제도를 받아들인 국가들의 실패와 굴곡은 ‘민주적 대가’라고 해석됐다”고 지적했다.
자두창(賈都强)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신경보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표면적으로는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DL)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군부가 상당한 정치적 권력을 누리고 있다”면서 “양측은 정치권력 분배 등 국정 의제에 대해 더 많은 소통과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중 정책을 폈던 미얀마는 2011년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면서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시켜왔다. 그러나 쿠데타로 미얀마 제재가 현실화되면 친중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직접적 논평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워싱턴 | 김재중·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독재자 자리까지 오른 로힝야 학살 주범
- 민주주의 상징에서 군부와 거래 정치인으로…결국 실패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사설] 이재명 선거법 1심 ‘당선 무효형’, 현실이 된 야당의 사법리스크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