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이재희 2021. 2. 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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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무진들은 상황을 심각하게 봤는데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이런 내용, 최종 보고서에는 왜 빠진 걸까요?

한수원 측은 연구결과를 종합 요약한거다, 일부러 축소하거나 빼지 않았다..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 내부 회의 녹취록을 입수해보니 전혀 다른 얘기가 오간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연히 비밀로 해야 한다, 자리가 날아갈 수도 있다.. 당시 관리자급 간부가 실무진들에게 했다는 말입니다.

이재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독일 실험에 이어 국내 업체와의 재실험까지 마치고, 원전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가능성이 문서로 정식 보고된 2019년 5월.

한수원에서는 관리자급 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예상 밖의 실험 결과에 대한 대책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한 참석자는 촉매 가루에 불이 붙어 날아다니는 현상이 제품 인허가 때는 몰랐던 큰 하자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 직원/음성 대역 : "(촉매가) 떼어져 나가서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떠돌아다닌다는 것 자체는 우리 장치가 의도하지 않은 연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큰 하자가 있죠."]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도 관리자급 간부는 실험 결과를 비밀로 하자고 참석자들에게 지시합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그룹장, 이거 그러면 당연히 비밀이야. 당연히 비밀이야. 지금 뭐 이게 수소폭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점화해가지고서 화재로 인한 사고로 갈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다른 해외 제조사에 문의를 해보자는 실무자 의견도 일축했습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발전소가 지금 날아가고 격납건물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은 그 당시에 장치가 불꽃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그게 핵심 이슈냐 이거지..."]

과제의 목적이 원전 안전 홍보인 만큼 고민이 된다는 반박이 다시 나오자, 관리자급 간부는 실험 결과를 없앨 순 없다며, 어떻게 보고서에 실을지 전략적으로 검토하자고 합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다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가지고서 남을 위협하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마무리를 짓는데, 실무자들이 쓴 것을 그룹장이 나중에 잘 좀 이렇게 해달라는 얘기야."]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옵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그게 굉장히 중요해. 아를 어로 써가지고서 지금 자리가 날아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우리 회사에서도 지금..."]

해당 간부는 당시 회의가 기억나지 않지만 은폐를 지시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영상편집:이기승

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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