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장학회의 힘..코로나에도 기부 열기 '후끈'
32년 만에 총 적립금 133억원, 학생 4492명에게 장학금 지급
정선·영월도 100억 넘게 모아..평창선 '명예의 전당' 설치도
[경향신문]
“농·산촌지역에서 100억원 이상 기금을 적립한 대규모 장학회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원 양구군에 있는 재단법인 ‘양록장학회’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지난달 29일 양구군청을 방문한 해안면새마을부녀회 회원 7명은 조인묵 양구군수에게 양록장학회 기금으로 200만원을 기탁했다. 앞서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가오작1리 노인회 임원들도 지난달 27일 100만원을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지역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주민들의 장학금 기탁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22개 단체와 개인이 양록장학회에 기탁한 장학기금은 2억16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은 2019년 기탁금 총액 2억700만원보다 오히려 많은 금액이다. 이처럼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장학기금 적립에 힘을 보태면서 양록장학회는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대 장학회로 성장했다.
양구군은 지난해 12월 기준 양록장학회의 장학기금 적립액이 133억원을 넘어섰다고 2일 밝혔다.
1988년 8월 설립 당시 3000여만원으로 시작한 양록장학회는 기금 규모가 32년 만에 433배가량 늘어났다. 자치단체의 노력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양구군은 양록장학회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1996년 2월 ‘양구군 향토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적립금 확충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후 은행 자동이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액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지역 사회단체들도 재활용품 수집 등으로 얻은 수익금을 앞다퉈 기탁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장학금을 받았던 수혜자가 성인이 돼 ‘보은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인구가 2만2278명에 불과한 ‘초미니’ 자치단체인 양구군은 양록장학회 기금을 활용해 지난 32년 동안 4492명에게 장학금 42억8459만여원을 지급했다. 장수정 양구군 교육정책계장은 “주민들이 낸 기탁금에 군비출연금을 더해 2025년까지 150억원가량의 장학기금을 적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광지역에 있는 ‘정선장학회’와 ‘영월장학회’도 1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적립해놨다. 평창군은 지역인재 육성에 도움을 준 기부자들의 소중한 뜻을 기리고 건전한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군청 2층 복도에 ‘평창장학회 명예의전당’을 설치했다. 이곳의 현판엔 300만원 이상을 지원한 주민이나 단체가 등재된다. 1990년 출범한 평창장학회의 현재 장학기금 적립액은 77억원에 달한다. 평창군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의 3배 규모인 3억여원의 장학기금이 기탁됐다”며 “명예의전당 설치 후 기탁자도 증가하고 있어 평창장학회의 적립기금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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