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가속 위험, 원전 전수조사 필요"..내부 우려 있었다

임종빈 2021. 2.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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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어제(1일)에 이어 원전의 수소제거장치와 관련된 단독보도 이어갑니다.

수소 제거 장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지진 같은 비상상황에서 수소 폭발을 막으려고 설치하는 핵심 안전 장비입니다.

한수원은 2018년 해외와 자체 실험을 통해 이 장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수소 제거량이 원래 요구치의 30에서60%에 그치고, 특히 원전 사고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서 불티가 날려 오히려 폭발사고의 위험을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런 내용을 최종보고서에 담지 않았고, 별다른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한수원은 이 장치에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KBS 취재결과 당시 실무진은 전체 원전에 설치한 수소제거장치를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임종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9년 독일 실험 결과를 받아든 한국수력원자력 연구팀 내부에서는 실험 중 '이상 사항'에 대한 초기 보고 내용이 이메일로 공유됐습니다.

장치 제조사가 내세운 수치보다 수소제거율이 낮다며, 상당수 국내 원전에 설치된 수소제거장치는 정상 작동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수소를 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촉매가 손상돼 통제가 불가능한 불꽃 형태의 가루로 날려 불이 나는 현상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수소 폭발의 전 단계인 이른바 '화염 가속' 발생의 위험이 있어 즉각적인 설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박종운/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 "파(수소제거장치)가 성능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절대로 저렇게 돼서는 안 돼요. 저거는 엉터리에요. 만약에 저런 현상이 격납건물에서 발생한다 그러면 안 단 것만 못해요."]

연구팀은 후속 방안으로 전국 모든 원전에 설치된 수소제거장치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시했습니다.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전력난을 각오하고라도 그걸 짚고 넘어갔어야 됐습니다. 그러니까 설치 시한을 미뤘어야 되겠죠."]

독일 실험에 쓰인 수소제거장치와 같은 재질의 촉매를 쓰는 다른 회사 제품들에 대해서도 재평가 실험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납품될 장치에 대해서는 독일 실험에서 불붙은 촉매 가루가 관찰됐던, 원전 사고와 유사한 상황의 실험을 추가하는 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습니다.

이처럼 내부에서는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가능성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전수 조사나 규격 수정 제안 등의 후속 조치는 모두 빠졌습니다.

KBS 뉴스 임종빈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최창준

임종빈 기자 (chef@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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