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무시한 은행의 탐욕.."예약 받은 건 팔고 끝내자"
[앵커]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기관은 우리은행입니다.
2019년 2월부터 4월까지 단 석달동안 1조 600억원 어치나 됩니다.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 KB증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라임펀드 총 부실 규모가 1조 6천억 원이니까 우리은행이 판매한 펀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은행이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곧바로 판매를 멈췄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실제, 그럴 수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사기획 창, 홍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취재팀은 우리은행 내부 직원들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부실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올라오자, 2019년 4월 9일 부행장 주재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 라임펀드 신규판매 중지가 결정됐는데, 어처구니 없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기존에 예약 받아놨던 물량은 마저 다 팔고 끝낸다는 겁니다.
[우리은행 직원/음성대역 : "펀드 가입하겠다고 예약 받아놓은 게 많다. 예약 받은 물량은 다 받아줘야 되는거 아니냐, 이게 수수료만 해도 얼마인데… 이렇게 결정이 났어요. (예약받은 걸 취소할 수는 없었던 건가요?) 그냥 철회하면 되는 거였죠. '나 이거 가입할래요' 하고 의사표명만 한 거고, 아직 라임에 돈이 입금된 건 아니었으니까요."]
특히 판매 중단을 대외적으로는 발표하지 말자고 했답니다.
[우리은행 직원/음성대역 : "이걸 판매 중단이라고 표현하지 마라. 그러면 시장이 난리난다. 펀드 규모 관리?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해서 우리은행이 라임 판매를 중단했다는 걸 밖에서는 모르게 하자, 그렇게 결정이 났어요."]
이 때문에 판매중단 결정 이후에도 보름간 펀드는 계속 설정됐습니다.
이 때만 약 3,500억 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라임펀드 피해자/음성변조 : "어려운 건데 잡았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그러면서 내가 (펀드에) 들었죠. (판매 중단 이런 얘기는?) 그런 얘기 없었어, 그냥 안전해요."]
[라임펀드 피해자/음성변조 : "(중단된 상품이라고 (은행에서) 얘기 안 했어요?) 그런 얘기하면 누가 가입합니까? 그런 얘기 안 했고."]
우리은행은 "당시 리스크 부서에서 작성된 보고서가 펀드 판매부서나 경영진에는 보고되지 않았기에 모르고 계속 팔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보고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은행 펀드 담당부장/음성변조 :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는 '리스크를 인지한 것 아닌가'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출을 검토하는 심사역들이 그 리포트를 보면 이게 과연 리스크를 인지한 리포트인가… (그 보고서를 그러니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는 거군요?) 일반적인 모니터링에 있는 내용이고…"]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부실이 보고가 안 됐다? 내가 사장인데 회사에서 판매했던 상품 중에 신용에 리스크 있는 것들을 보고를 못 받는 거잖아요. 그러면 '바지사장'이라는 이야기잖아요. 은행장한테 갈 수 있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 보호하는 변명이 아닌가 이렇게 보는 거죠."]
라임사태가 터진 뒤 은행 직원들은 이런 통화를 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A : "이게 형사적으로 책임이 커질 수 있다고 했고."]
[우리은행 직원B : "형사라면 그걸 무시한 의사결정자들의 문제 아니에요?"]
[우리은행 직원A : "제가 부행장님한테는 보고를 드렸거든요. 내부적으로도 당시에 부행장님이 의사결정을 하셨는데, 그 이후에도 판매가 어쨌든 4월 말까지 일어났어요."]
[우리은행 직원B : "이거는 사실 약간 우리끼리 얘기지만 인지하고 판 거랑 거의 (같아요). 만약에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 우리가 문제지."]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강민수
홍사훈 기자 (aris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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