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혹은 애슐리 - 김성중 [이서수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나는 치마를 거의 입지 않는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생긴 변화다. 명확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바지가 더 편해서 치마를 입지 않는 거라면 고민할 이유도 없다. 나는 치마를 입을 때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든다. 이때의 ‘몸’이란 건 단순히 육체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내 안의 무엇이 치마 입은 나를 거부하고 있는 걸까?
<에디 혹은 애슐리>의 주인공은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에디와 애슐리. 주인공은 자신이 남자가 되고 싶은지, 여자가 되고 싶은지 결정 내리지 못한다. 중간 단계에 멈추어 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마법처럼 정지한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죽지 않고, 식물은 늘 푸르다.
주인공은 이때를 틈타 마음껏 성별을 바꿔본다. 에디가 되었다가 애슐리가 되어 본다. 그러나 완전한 에디도, 완전한 애슐리도 되지 못한다. 에디에서 애슐리로, 다시 애슐리에서 에디로 향하는 과정이 더 편안한 사람이 된다. 나는 이 기묘한 정체 상태에 혼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어떤 ‘상태’라는 게 과연 존재하긴 하는 걸까? 정적 인간에서 동적 인간으로 변화하는 건 진화의 징조가 아닐까?
젠더에 관한 날선 고민과 주장들이 쏟아지는 시대다. 날카롭게 서로를 찌르기도 하고, 첨예한 성별 대립을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나는 내 자신을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으로 강요된 성별에 따른 특징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여성성’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는다.
나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옹호한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선택 사항조차 제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영원히 투쟁할 수밖에 없다.
이서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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