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지나도 문 열고 "영업제한 풀라"
[경향신문]
‘언제까지 우린 문 닫아야 하나’
손님 떠난 가게 창문에 포스터
“하루하루 부도 막는 극한 상황에
우선 점등 시위…영업 강행 염두”
시민들 일부 우려 목소리도 나와
2일 서울 용산구 한 술집. 오후 9시가 되자 손님들은 한창이던 술자리를 끝내고 우르르 가게를 떠났다. 가게 창문에는 ‘언제까지 문을 닫아야 합니까’ ‘21시 영업제한 생존권 제한’ 등의 포스터가 붙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간판과 실내등을 환하게 켜두고 ‘오픈 시위’를 벌였다.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개 중소상인·실내체육시설 단체는 설연휴 기간까지 연장된 정부의 ‘오후 9시 이후 집합금지’ 조치에 반발해 이날부터 영업은 하지 않고 불은 켜두는 오픈 시위에 돌입했다. A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새벽 2~4시까지 영업하던 술집을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하니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며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대기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등 19개 중소상인·실내체육시설 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중소상인과 실내체육시설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 무기한 오픈 시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 앞에서 ‘손실보상 소급 적용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들은 정부에 밤 12시까지 영업 허용, 업종별 맞춤형 추가 방역지침 제시, 방역지침 조정 시 현장 당사자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는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오후 7~9시 밀집효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확대한다”며 “업종별 맞춤형 방역지침을 추가하도록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은 특히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등 강도 높은 거리 두기 조치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수도권의 거리 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의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2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단체들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은 한계에 내몰렸다. 코인노래연습장, PC카페, 실내체육시설 등이 하루하루 부도를 막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실내체육시설들은 줄폐업에 내몰리거나 손님들의 환불 요구, 직원들의 퇴직금 소송까지 이어지는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은 지난달 5일 집합금지 등에 따른 손실보상과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으로 참여한 호프집 운영자 한모씨는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등으로 지난해 9월부터 줄곧 전년 대비 월 매출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화된 영업제한 조치가 있었던 지난해 12월엔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요가사업자연맹도 지난달 29일 최소한의 손실보상 규정이 없는 집합금지 명령에 반발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오픈 시위는 실제 영업을 강행하기보다는 간판 불을 켜두는 점등 시위 형태 등으로 이뤄졌다. 집합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운영자뿐 아니라 손님도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관계자는 “우선은 점등 시위를 하지만 영업 강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오픈 시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자영업자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직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발생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코로나19 확산이 더 심해져 사태가 길어지면 더 큰 낭패이기 때문에 설연휴까지는 좀 참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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