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부에 짓밟힌 미얀마 민주주의, 국제사회가 지켜내야
[경향신문]
미얀마에서 지난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입법·사법·행정권은 군부 최고실력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장악했으며 이날 예정된 국회 개원도 연기했다. 헌정질서가 중단된 것이다.
미얀마는 1962년 네윈 총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쥐면서 군부가 반세기 넘게 철권통치를 휘둘러왔다. 저항하는 시민들이 1988년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3000여명이 숨지는 참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NLD가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53년에 걸친 군부의 지배를 끝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온전한 문민통제를 하지 못한 채 군부와 불편한 동거를 해오다 군부의 총칼에 다시 민주주의를 유린당했다.
군은 지난해 11월 총선 후부터 집권 NLD가 유권자 중복 등록 등 선거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쿠데타의 명분도 선거부정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설혹 선거부정 의혹이 사실이라도 총칼로 헌정을 중단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NLD의 총선 압승으로 군부의 영향력이 쇠퇴할 것을 우려한 민 아웅 흘라잉이 권력장악에 나선 것이 사태의 본질임은 가려질 수 없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며 군부의 권력포기, 구금인사 석방을 촉구했다. 영국,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도 비판에 나섰다. 정부도 2일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아웅산 수지 고문의 즉각 석방과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런데 미얀마 군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중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자칫 미얀마 군부와 중국의 밀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사 쿠데타와 철권통치를 경험한 한국의 시민들에게 미얀마의 고난은 남의 일이 아니다. 50여년의 시련 끝에 피워올린 민주주의의 꽃을 5년 만에 시들게 방치해선 안 된다.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힘을 모을 것을 당부한다. 미·중 갈등이 국제사회의 협력에 장애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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