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위에 오른 일부 아파트의 '배달노동자 무시' 갑질
[경향신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가 2일 배달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 아파트 76곳과 빌딩 7곳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와 빌딩은 입주민 안전과 편의를 내세워 배달노동자에게 헬멧을 벗도록 하거나 화물 엘리베이터만 타게 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 전날에는 배달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이 같은 갑질을 벌인 서울·부산·인천·광주 지역 아파트 103곳의 사례를 수집해 진정서를 냈다.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무시하고 하찮게 취급하는 행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개탄스럽다. 인권위가 시급히 배달노동자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개선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아파트 76곳 중에는 서울 강남구(32곳)와 서초구(17곳)의 아파트가 절반 이상이다. 빌딩 7곳은 용산구·중구의 대기업 본사, 여의도·명동의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강남구·서초구·종로구의 고층 빌딩이다. 이들 아파트·빌딩 관리사무소가 배달노동자의 헬멧을 벗도록 하는 것은 폐쇄회로(CC) TV에 얼굴이 보여야 한다는 내부 지침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흉기를 감추고 있을지 몰라 외투까지 벗어놓고 들어가라는 곳도 있다고 한다. 입주민 안전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배달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황당무계한 처사다.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는 등 이유로 화물 엘리베이터 탑승을 강제하는 곳도 많았다. 음식 배달노동자들에게는 냄새가 난다는 이유도 댔다고 한다. 배달노동자들은 “우리를 범죄자나 짐짝처럼 대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아파트·빌딩의 갑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택배노동자들에게 출입 카드키를 대여하며 보증금과 월 사용료를 내게 하거나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물리는 곳이 수년 전부터 나왔다. 지난해 11월 전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이 택배노동자의 탑승을 아예 금지시켜 시비가 일기도 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배달노동자는 시민생활을 유지시키는 골간이다. 그래서 아프고 지쳐 쓰러지는 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는 그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해도 모자랄 판에 갑질로 가해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다. 배달노동자 인권 침해를 근절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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