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이낙연표 '보편+선별' 지원 방안에 공개 반기

박세인 2021. 2.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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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의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선별과 보편 지급'을 한번에 처리하겠다는 정치권 방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여당에서 밀어붙이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요구에 대해 홍 부총리가 '3월 가능'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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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교섭단체 연설 후 페이스북에 글 써
3월 추경 논의는 가능..대규모 추경 편성은 반대
20조 추경 편성하면 채무비율 48%대로 상승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의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대규모 추경을 편성해 '선별과 보편 지급'을 한번에 처리하겠다는 정치권 방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이 선거전 자영업자 보상 법제화 대신 대규모 4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기 때문에, 향후 추경 편성과정에서 당정 간 갈등 수위는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한창이고 3월이 돼야 마무리되기 때문에 2월 추경편성은 이르다"며 "(다만) 필요시 3월 추경 논의는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썼다.

그동안 여당에서 밀어붙이던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요구에 대해 홍 부총리가 '3월 가능'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추가 지원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어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이미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모든 정책 결정에 코스트가 따르고 제약이 있다는 점을 늘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여당의 보편지원, 선별지원 병행 방침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얼굴을 붉히며 회의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결국 당정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당이 연설문에 ‘보편+선별’ 문구를 집어넣었고, 홍 부총리가 이에 반발해 공개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가 이낙연 대표의 국회 연설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그와 손발을 맞춰왔다. 홍 부총리를 부총리 자리에 추천한 사람도 이 대표로 알려져,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를 '이낙연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실제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후 극심했던 당정 갈등 수위는 상당히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정책 행보에 홍 부총리도 협조했고, 홍 부총리가 여당 의원들의 공세로 위기에 몰리면 이 대표가 앞장서 그를 보호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사수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예산맨' 홍 부총리의 행보는 이번엔 달랐다. 그는 “국가재정은 재정 규모, 부채 속도, 재정 수지, 국가 신용, 세금 부담 등과 연결된 복합사안”이라며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 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의 가치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의 '보편+선별' 지원 방안에 사실상 공개 반기를 든 것이다.

여당 방안대로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지게된다. 보편지원 방식의 1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14조2,000억원, 선별지원 방식의 2차 재난지원금은 7조8,000억원 쓰였다. '보편+선별' 병행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두 차례의 지원금 규모를 더한 20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정부는 올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7.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만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이 더해지면 이 비율이 48%대 중반으로 높아진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20년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39.8%)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지게 된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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