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매매 혐의' 이진국 하나금투 대표 연임 먹구름
이 대표 측 혐의 부인..검찰수사 결과 주목
전문가 "선행매매 관행 뿌리뽑는 기회로 삼아야"
[이데일리 김성훈 유현욱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하나금융투자를 검사해온 금감원이 이진국 하나금투 대표이사를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또 한차례 연임을 노리던 이 대표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 대표 비서 파헤치다 금감원, 조사망 넓혀
2일 금융당국과 증권가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의 위법행위를 포함한 검사의견서를 회사 측에 전달해 답변을 회신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제54조(직무 관련 정보의 이용금지) 위반이다. 이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원(애널리스트)이 내용을 확정한 보고서(리포트)를 미리 보고 해당 기업주식을 매수했다 공표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매도하는 게 대표적인 선행매매 사례로 꼽힌다.
금감원은 이 대표 비서였던 A과장을 조사하는 과정에 A씨 명의 계좌에 들어 있는 투자금이 이 대표로부터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대상을 이 대표로 확대했다. 이 대표나 A과장 이름으로 하나금투에 개설된 주식계좌의 거래명세를 분석해보니 주로 거래량이 많지 않은 코스닥 소형주에 거액의 베팅을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투자패턴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금감원은 해당 종목을 선택하고 매매시점을 결정하는 데 이 대표에 보고되거나 접근이 허용된 미공개 내부 정보를 악용했는지 의심해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리서치명가인 하나금투의 기업분석 보고서 등이 재료로 쓰였을 개연성이 크다.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선행매매 위반 죄질 무거워…하나금투, 전 애널리스트 1심서 징역 3년
하나금투는 지난 2019년에도 선행매매 위반 혐의에 연루돼 고초를 치른 바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리서치센터 연구원이던 오모씨를 수사하며 그해 9월 오씨 등 피의자 회사, 자택 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듬해 1월에는 검찰이 오씨 등을 구속하기도 했다. 결국 오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선행매매 위반으로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 측은 “현행 내부통제 체계상 사전에 걸러지지 않은 정상거래”라며 “해당 혐의(선행매매)에 대해 적극 소명할 것이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을 보유한 검찰로 넘어간 만큼 향후 전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선행매매 위반은 죄질이 무겁다. 금감원의 위법 매매거래 제재기준에 따르면 투자원금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직무정지(정직) 이상 중징계 조치한다. 매매일수가 100일 이상인 경우, 타인 명의 계좌 또는 2개 이상 다수계좌를 통해 매매한 경우 제재를 가중할 수 있다.
경쟁사 임원서 하나금투 대표까지…당장 연임 물건너가나
이 대표는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출신으로 하나금투 사외이사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취임 이후 하나금투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하나금투는 지난 2019년에 이어 2020년에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몸집 불리기에도 신경을 썼다. 이 대표 취임 직후만 해도 2조원에도 못 미치던 자기자본은 세 차례 유상증자 끝에 4조원을 초과했다. 이 대표는 하나금투가 2022년까지 자기자본 5조원에 순이익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비전2255’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런 경영성과에 힘입어 3연임은 물론이고 차기 회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번 선행매매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3연임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CEO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금투 역시 당분간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 및 마이데이터, 발행어음 등 신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감독 당국은 검사 및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 인허가 심사를 중단한다.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금융투자 산업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의 핵심인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고질병인 선행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인 서영숙 중앙대 객원교수는 “(사실이라면) 투자자의 믿음을 저버리는 불공정거래 행위”라며 “구체적인 경위 또는 동기를 밝혀내 합당한 책임을 물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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