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화재' 남매 사망 못 들은 필리핀 엄마의 간청

2021. 2. 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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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주 재개발구역 화재 속보입니다.

사고를 당한 30대 필리핀 여성은 하루 아침에 친정 엄마와 두 자녀를 잃게됐습니다.

아이들이 숨진 것을 모르고, 선생님께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강경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필리핀인 할머니와 외손주 남매가 숨진 불이 난 건 지난달 31일 새벽.

이날 언론 보도로 제자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큰딸의 담임교사는,

깜짝 놀라 필리핀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담임교사와 영어로 나눈 대화에서 "아이들이 원주의료원에 있으니 잘 돌봐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이때까지도 엄마는 두 자녀가 숨진 걸 몰랐던 겁니다.

[학교 관계자]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걸 어머니가 모르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경찰은 엄마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사건 다음날인 어제서야 중국에서 일하는 아빠를 통해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한살 어린 남동생을 살뜰히 챙겼던 제자의 빈자리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학교 관계자]
"(지난주) 금요일까지 돌봄교실에 나왔던 아이거든요. 애들한테 뭐라고 얘기도 못하고 저희가 크게 상심에 빠졌습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재개발 예정지역 관리 소홀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처음 불이 난 다문화 가정 옆집은 철거 예정인 집이었지만,

60대 남성이 살면서 석유 난로를 피웠습니다.

원주시는 이 집에서 사람이 사는 줄 몰랐습니다.

[원주시 관계자]
"이곳에 사시는지 안 사시는지 이런 걸 파악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한편 중국에 있던 숨진 아이들의 아빠는 어제 귀국했습니다.

경찰은 부부를 참고인 조사한 뒤 숨진 일가족의 장례를 도울 계획입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kkm@donga.com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차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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