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5개월 만에 또 가격인상..맥주·우윳값도 오른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 해명
AI로 달걀값도 올라.. 맥주 출고가도 상승 전망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새해 벽두부터 음료수를 비롯해 가공식품, 식자재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계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주세 개정과 원유 가격 상승으로 맥주를 비롯해 우윳값도 오를 전망이라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다양한 식음료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편의점용 코카콜라와 씨그램의 가격을 100~200원 가량 인상했다. 동아오츠카 또한 편의점용 포카리스웨트(250㎖)는 100원, 데미소다(250㎖), 오로나민C(120㎖) 가격을 200원 올렸다. 해태htb 또한 2ℓ 용량의 평창수 가격을 100원 높였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리아는 버거류 13종, 디저트 7종, 드링크류 2종, 치킨류 3종 등 25종의 가격을 100~200원 정도 올렸다. 피자헛의 경우 한국피자헛도 최근 ‘치즈포켓 엣지’ ‘블랙 알리오 엣지’의 미디엄(M) 사이즈 가격을 600원, 라지(L) 사이즈는 1000원 각각 인상했다. ‘서프라이즈 콤보세트’와 ‘해피 콤보세트’도 1000원씩 올렸다.
간편식을 넘어 주식으로 자리 잡은 즉석밥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즉석밥의 가격을 약 7%를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유통업계에 전달했다. 인상된 가격은 설 연휴 이후 적용될 전망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도 즉석밥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선 주요 원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밀가루의 원료인 소맥 선물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1부셀 당 651센트로 전년 대비 17.3%나 올랐고,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선물(Sugar No. 11 Futures) 3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16.16달러로 8.5% 높아졌다. 쌀값 또한 20kg당 6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8.3% 올랐다.
문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더불어 바뀐 주세법까지 식탁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단 점이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9시 기준 가금농장(체험농원 포함)에서는 총 81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30일 밤 12시 기준으로 약 2350만 마리의 산란계, 육계, 육용오리, 종계가 살처분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기준 특란(30개) 소비자가는 7368원으로 지난해(5264원) 대비 약 40% 올랐다. 같은 기간 육계 가격은 1kg 당 5229원에서 5891원으로 12.6% 올랐다. 달걀 및 육계 가격 인상에 제빵 및 치킨 업체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당장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지난달 단팥빵, 소보로빵, 크루아상 등 대표 제품 90여 종의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맥주와 탁주는 오는 3월부터 세율이 0.5% 상승한다. 지난해 맥주, 막걸리 주세가 종량세로 바뀌면서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해 세율을 높이도록 한 탓이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매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출고가 변동이 불가피하다”라면서 “소비자 가격은 마트나 일선 식당 등에서 출고가 변동분을 반영할 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농업계의 요구에 따라 오는 8월에는 원유 가격이 리터(ℓ)당 1034원에서 1055원으로 21원(약 2.3%) 오를 예정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는데 반해 우유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유제품 생산업체에서는 여느 때보다 가격 인상 압박이 강한 상황이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감소한 상황에서 만약 원유가격 인상이 확정된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식료품 원자재 가격 상승 뿐만이 아니라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인지라 식탁 물가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식료품 물가가 올라 국민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 뿐 아니라 고용 시장 악화 등으로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가계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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