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완전한 디지털 문명이 시작된다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에 거대한 단층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제 우리는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살 수 있다. 과연 인간은 떨어져서 살아갈 수는 있을까? 다른 이들과 만나지 않고도 먹고, 얘기하고, 일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해법은 디지털 기술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정지되는 듯했으나 디지털 기술은 경제·사회시스템을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려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우리의 '생명'을 지키면서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과거 상하수도 시스템이 콜레라를 종식시킨 것처럼, 디지털 인프라가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생존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19세기 '콜레라'가 도시 문명을 재탄생시켰다면, 21세기 '코로나19'는 완전한 디지털 문명을 열어갈 것이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글로벌 기업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디지털화된 제품의 비중은 평균 35%에서 55%로 증가했고, 디지털전환 속도는 7년 빨라졌다. 작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온라인 소비지출 비중은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유례없는 속도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한 것이다.
문제는 급격한 전환속도로 인해 경제·사회시스템이 질적으로 변하는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삶이 디지털로 옮겨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주종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만든 단층선은 완전한 디지털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확실한 경계선이 되었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최근 ETRI는 이 같은 세계사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완전한 디지털 사회로 전환을 가속할 7대 기술을 제시했다. 크게 인공지능(AI), 개인(Me), 일상(Life) 등 세 가지 영역의 디지털화에 주목했다.
첫째, 인공지능 영역이다. 그간 눈부신 발전을 보여온 인공지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와 스몰데이터 기반 지능화 기술(Small Data Intelligence) 발전은 일상은 물론 일하는 방식과 기업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둘째, 개인의 디지털화다. 코로나19는 정보 주체로서 '나'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인터넷 공간에서 내가 보고 적고 생각한 작은 조각 데이터에 근거해 또 다른 나, 디지털 자아(Digital Self)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프라이버시 보장 기술(Privacy-Preserving Tech)들이 등장하고 있다.
셋째, 일상의 디지털화다. 인류 역사에서 매우 느리게 변해왔던 일상의 음식, 돈, 생활 공간마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식량을 생산하는 장소와 기간을 압축한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돈의 형태를 넘어 지배 구조와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과 가상공간이 결합된 세상으로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meta)할 수 있다.
이렇듯 코로나 이후에는 우리가 일하고, 만나고, 얘기하고, 먹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다. 디지털화된다는 것은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세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율화되고 최적화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운영체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생존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해당한다.
부의 지도, 산업 생태계, 패권의 향방마저 디지털 역량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부분적이고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온 디지털화는 전면적으로 바뀐다. 교육, 의료, 소비 등 모든 일상이 온전히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이 우선시되고 기본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또한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흩어져 있되 뭉치듯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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