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근절 대책없인 재개 안돼".. 개미들 '한국판 게임스톱' 예고

한투연 "금지기간 1년 연장" 요구
K-스트리트베츠 개설 대응 방침
美숏스퀴즈 사례 반영 기대감에
공매도 잔고 상위종목 주가 급등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반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 등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와 같이 공매도 세력에 의해 주식시장에 교란이 발생할 시,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1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셀트리온·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투연은 미국 게임스톱 주주들이 레딧의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공매도 세력에 대응한 것처럼, 'k-스트리트베츠(KSB)' 사이트를 개설해 대응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의 대표적 피해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대와 연합해 공매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향후 공매도가 집중된 다수 상장회사 주주들과 미국 내 개인투자자인 로빈후드와도 힘을 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투연은 불법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근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 된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을 1년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 전산화된 무차입(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지난 1월 17일, 공매도가 개인투자자 대비 39배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한양대 교수팀의 충격적인 논문에 의해 공매도는 폐지가 답임이 여실히 입증됐다"며 "공매도 재개 전에 반드시 100% 전산화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의 주가가 지난 1일 동반 상승했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큰 종목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14.5% 상승했다. 셀트리온 외에 셀트리온헬스케어(+9.6%), 셀트리온제약(+7.3%), 에이치엘비(+7.2%), 헬릭스미스 (+18.1%) 등도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2조59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가장 많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이치엘비(3079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024억원), 케이엠더블유(1925억원), 펄어비스(1184억원) 순으로 공매도 잔고가 많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게임스톱 주가가 숏스퀴즈(short squeeze)로 급등하자, 동일 전략을 한국 주식시장에 반영하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되면서 관련 종목이 지난 1일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가 상승 배경을 풀이했다.

미국의 비디오게임, 소비자가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은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 비율이 높아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공격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레딧의 대화방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게임스톱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뛰자, 주가 상승에 따라 늘어난 손실을 줄이려는 헤지펀드의 공매도 포지션 청산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인 숏 스퀴즈가 벌어졌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