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美국무, 대북정책 '당근과 채찍' 꺼냈다

"전반적 재검토.. 추가제재도 가능"
외교적 인센티브도 동시에 언급
北도발 가능성에 경고 의미 담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워싱턴=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사진) 미국 국무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동시에 언급했다. 북한과 협상에서 강온 양면책을 모두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NBC방송과 가진 취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때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건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한 나쁜 문제”라며 “행정부에 걸쳐 더 악화한 문제라고 인정한 것이 내가 처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사용을 보장하도록 정책을 다시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며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북한의 무기에 의해 커지는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우리가 하려는 첫 번째 일은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는 추가 제재, 특히 동맹·파트너들과 추가적인 조율과 협력을 포함해 우리가 어떤 수단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외교적 인센티브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일을 하고 나면 우리가 어떻게 전진할 계획을 가졌는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역대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을 다시 살피면서 구체적인 정책 기조를 정하고 있다는 기존 발언과 큰 차이는 없다. 대북 정책 기조를 밝히거나 행동에 나서기보다 과거 정책의 재검토라는 다소 원론적인 언급인 셈이다. 특히 미국이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둔 중국, 러시아, 이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며 외교적 충돌도 불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 중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동시에 언급한 것은 이전 북한 관련 발언에서 좀 더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 ‘당근과 채찍’을 모두 카드로 활용하며 강온 양면책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이 추가 제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북한이 도발하면 대북 강공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고 북·미 간 갈등 고조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반대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3월 초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향해 구체적인 행동을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