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부대 증강.. 美 본토까지 1t짜리 핵탄두 쏠 능력 갖춰

박수찬 2021. 2. 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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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전력 강화 집중한 북한
탄두 소형화 '상당한 수준' 평가
플루토늄 50여kg·HEU 보유 유지
SLBM 공개한 2020년 10월 열병식
'북·미 대화 여지 시사' 기술 논란
미사일여단 9개→13개로 늘려
20만여명 규모 특수작전군 운용
북한이 지난 1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0시 무렵부터 ‘심야 열병식’을 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 전략무기를 공개했다. 공개된 ICBM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며, 화성-15형이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에 공개됐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2일 공개된 국방부의 ‘2020 국방백서’에는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확보하고, 미사일여단을 늘리는 등 비대칭 전력 강화에 집중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도 한·미를 위협할 핵·탄도미사일 전력 증강에 힘을 쏟았던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1만㎞ 날아가는 화성-15형, 핵무기 소형화도 진척

백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 시험발사된 화성-15형 ICBM 사거리는 1만㎞ 이상, 탄두중량은 1t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미국 서부지역으로 최대 1t짜리 핵탄두를 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폭탄을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탄두 소형화가 필수다. 일반적으로는 탄두중량 1t, 직경 90㎝ 이내로 핵탄두를 만들면 소형화를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핵개발 초기엔 탄두중량이 1.3~2.2t에 달하는데, 기술 개발을 거듭하며 무게를 줄여나간다. 백서에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 핵무기 소형화의 정확한 수준은 군 당국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물질 비축량 추정도 수년째 ‘플루토늄 50여㎏, 고농축우라늄(HEU) 상당량 보유’에 머물러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얼마나 작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핵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비교해 ‘상당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플루토늄 50여㎏ 보유 평가는 북한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한 징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고농축우라늄은 은밀한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보유량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민헌신’ 기록영화 공개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고를 소개하는 새해 첫 기록영화 ‘위민헌신의 2020년’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김 위원장이 회의실에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대남 정책 전망 ‘없음’…SLBM 공개했는데 “북·미 대화 여지”
백서는 “북한은 지난해 5월 3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우리측 감시초소(GP)를 향해 14.5㎜ 고사총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고 지적하며 2018~2020년 북한의 대남 행보를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북한의 대남 정책에 대한 전망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시옷)’이라는 문구가 적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트레일러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는 과거와는 달라진 부분이다. ‘2018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은 큰 틀에서 남북 협력 및 교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당국 간 접촉과 민군 분야 협력 강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은 수사적 위협과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민간교류협력 재개를 시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방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 대해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백서에는 ‘당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고 전쟁 억제력을 공언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언급 없이 선제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향후 북·미 대화의 여지를 시사했다’고 기술했다. 미 본토를 위협할 ICBM과 SLBM을 공개한 자리에서 “핵무기를 먼저 쓰지 않겠다”는 핵보유국의 전통적인 레토릭(수사) 구사에 대해 북·미 대화 재개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1월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이 검은 털모자를 쓴 채로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미사일부대 증강하고 특수부대 늘려

북한군은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예하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늘렸다. 2019년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판 이스칸데르’ KM-23 등이 배치되면서 부대가 추가편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군 관계자는 “증편된 부대에 어떤 미사일이 배치됐는지 정밀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019년 공개한 초대형방사포는 백서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류됐다. 연속 사격을 하는 방사포는 탄도미사일과 기술적 특성이 일부 차이가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전체 시스템 측면에서 방사포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기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SRBM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백서는 북한군이 20만여명 규모의 특수작전군을 운용하고 있으나 별도로 사령부를 편성했거나 사령관을 임명했는지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계화군단 2개는 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4개였던 기계화 보병사단은 6개로 늘어났다. 이들 부대에 배치된 장갑차는 100여대가 늘었고, 장갑차에는 대전차미사일과 기동포를 탑재했다. 백서는 최근 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추가 건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군은 노후 훈련기를 퇴역시키고 AN-2와 경항공기를 추가 생산·배치하면서 무인기 개발 등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한의 국방부 격인 인민무력성을 지난해 10월 ‘국방성’으로 바꾸면서 인민무력성 예하 공병군단과 도로건설군단 중 공병군단을 총정치국 소속으로 변경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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