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월가 은행 혼내주자".. 분노한 美 불개미 銀시장 공격 [자산시장 뒤흔드는 개미들]

파이낸셜뉴스 2021. 2. 2. 18: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 은값 8년만에 최고치
"은행들 인위적으로 은값 눌러"
WSB에 글 올라오자 매수 열풍
게임스톱 주가 30% 넘게 하락
美하원, 18일 공매도 청문회 개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게임스톱에 이어 이번에는 은(銀)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넘어서 비영어권 국가의 투자자까지 필독하는 사이트 '월스트리트베츠(WSB)'의 관심이 은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국제 은값이 8년 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미 올라탄 銀, 살까 말까

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은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31.1g)당 9.3%(2.50달러) 급등한 29.4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오전 한때 온스당 30.35달러까지 치솟아 장중 가격 기준으로도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주요 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날 하루 7.5% 급등했다. 이 같은 급등세는 최근 '게임스톱 사태'를 주도한 월스트리트베츠에 은을 집중 매수하자는 글이 올라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앞서 개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집단매수해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에 본때를 보여준 것처럼 은과 관련 ETF를 사들여 '은 시세를 억누르는' 대형은행에 피해를 주자는 주장이었다.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베츠에 글이 올라온 이후 즉시 은 현물가격은 3일 연속 상승하면서 15% 올랐고, 선물가격도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10%가량 상승했다. 이번 은 랠리에는 특히 게임스톱에 투자했던 개미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난 주말 사이 소매사이트에 은 매입주문도 쏟아졌다. 트위터에는 '#silversqueeze(은 쥐어짜기)' 해시태그도 유행했다. 열풍은 은화에도 몰아닥쳤다.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가 새겨진 은화는 평소 2달러에 거래됐으나 5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화폐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화 판매는 전년 대비 24% 급등했다.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과는 달리 실물자산이다. 기업 주식이나 화폐와 달리 은은 가치를 저장한 긴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 노스브룩파이낸셜의 엘리어트 페퍼 금융플래너는 은이 낮은 금리 혹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회피(헤지)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또 은은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중요한 원자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지하는 친환경 테마와도 맞닿아 있다. 은은 태양광패널, 전기차, 배터리셀의 핵심 원자재에 속한다.

하지만 은에 대한 갑작스러운 투기 과열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베터맨의 애덤 그리리시 디렉터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무기화해서 돈을 번다"며 과도한 관심은 투자자산에 대한 몰이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끓어오른 관심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면 순간 가격이 폭락해 개미들의 손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게임스톱 주가 랠리 끝나가나

개미들과 공매도 세력의 전쟁터가 된 게임스톱의 주가 랠리가 끝날 징후가 포착됐다고 1일 미 CNBC는 분석했다. 너무 비싸진 콜옵션(매수할 권리), 공매도 감소, 주식플랫폼들의 거래제한 등으로 게임스톱 주가가 대폭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30% 넘게 폭락해 225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15% 빠져 190달러선으로 내려왔다. 연초에만 해도 게임스톱 주가는 20달러에서 움직이다가 지난 한 달 동안 공매도와 개미 간 전쟁 포화 속에서 1600% 넘게 뛰었다.

게임스톱 관련 미국 하원청문회가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은 오는 18일부터 "게임이 멈췄는가? 공매도 세력과 개미와 전쟁에서 누가 이기고 졌는가"라는 주제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청문회에는 이번 전쟁의 격전지였던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의 블래드 테네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출석한다. 로빈후드는 공매도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게임스톱을 포함해 13개 종목의 매수를 제한했고 다음 날에는 50개로 늘렸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로빈후드가 개미들의 매수만 중단시켰다고 비난했다.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은 공매도를 노리는 헤지펀드가 매수 중단조치에 개입했는지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미 투자정보업체 비안코리서치의 짐 비안코 창업자는 로빈후드의 등장으로 개미들이 수수료 걱정 없이 즉흥적으로 투자할 길이 열렸다며 이번 사태가 증시의 미래라고 봤다. 익명의 월가 CEO는 폴리티코에 공매도 전쟁이 재발하면 "확실히 어떤 헤지펀드들은 손해를 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대부분은 괜찮을 것이고 대형 증권사도 괜찮을 것이다.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남겨진 개미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