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모이는 교회, 교세 자랑 시대는 지나가"
[경향신문]
·“여의도순복음교회, 100개 작은 교회로 세포분열”
·코로나19 질책, 개신교 정화에 도움…한국교회 연합 시급
“이제 모이는 교회, 교세를 자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한국교회는 모이는 교회에서 지역으로 흩어지는 교회, 교세를 자랑하던 큰 교회에서 작고 건강한 교회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67)는 2일 “교회는 역사적으로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각 지역으로 흩어져 지역사회와 보다 깊이 소통하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소외된 이들을 세심하게 섬기는 교회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교회도 세포 분열을 하듯 100개 정도의 작은 교회로, 지역 곳곳으로 흩어지는 교회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과거 ‘지교회’와는 또다른 성격의 교회 분리작업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이 목사는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시대를 맞이해 한국교회는 세상 속에 스며들어 어둠을 밝히는 빛의 역할을 하는 작은 신앙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교회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에 대해서는 교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했다. 이 목사는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일부 교회들이 지탄받는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할 교회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많은 질책과 비판은 자체 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터콥과 그들이 운영하는 BTJ열방센터, 국제학교 등 비인가 시설을 운영하는 IM선교회 등은 기독교 이름을 사용하지만 사실 교계 내에서도 ‘퀘스천 마크’가 붙었던 곳들이다. 이번 기회에 정확한 검증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 목사는 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판·신뢰회복과 관련, “한국교회의 선한 영향력이 많이 감소된 모습이 코로나19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교회가 철저한 자기 반성과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기독교의 근본 메시지가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개신교계의 통일된 리더십·목소리의 필요성도 절감했다는 이 목사는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도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영적 지도력을 상실한 근본적 이유는 분열과 교권 다툼, 지도자들의 교만, 영적 타락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무엇보다 교권주의부터 내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고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의 해결, 남북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신교계 연합기관은 (상대적으로 보수·진보 성향으로 각각 평가받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두개로 (나머지 연합기관들이) 모두 통합돼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이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인 굿피플은 이번 설날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나눔 활동인 ‘2021 설맞이 사랑의 희망박스 나눔’ 행사을 벌인다. 굿피플은 그동안 국제적으로 제3세계에 학교와 병원 건립·우물파기 등을, 국내적으로는 사랑의 쌀 나누기와 집 짓기 등 다양한 사랑의 실천 활동을 펼쳐왔다.
올해 설날 나눔 행사는 약 5억원의 예산으로 극빈층 5000세대에 필수 식료품과 방역제품 등 모두 17종 27개 물품이 든 ‘사랑의 희망 박스’를 전달할 예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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