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롤러코스터'..개미군단 "다음 타깃은 銀"
세계 주식시장의 ‘대장’ 격인 미국 증시가 연초부터 ‘개미 변수’에 휘둘리고 있다. 주식 거래 앱(로빈후드)의 이름을 따서 ‘로빈후드 개미’라 불리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게임스톱 같은 관련 주식이 폭등·폭락을 반복하면서 전체 증시도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움직임의 방향은 반대다. 게임스톱 등 ‘로빈후드 개미’가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주식이 폭등하면 주요 주가 지수가 하락하고, 반대로 이들 주식이 내려가면 증시는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개미 군단의 결집력과 거대 금융회사의 자금 동원력이 팽팽히 맞서면서 어느 쪽이 우세인지에 따라 증시가 시소처럼 오락가락하고 있다. 증시의 오르내림 폭이 커지면서 ‘공포 지수’라고도 불리는 미 증시 변동성 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로빈후드 개미 울면, 증시가 웃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모인 로빈후드 개미들이 집중적으로 사는 주식은 비디오게임 소매 체인인 게임스톱이다. 연초 공매도 세력의 노골적인 공격을 받았고, 그 역풍으로 로빈후드 개미의 ‘집중 매수’ 대상이 됐다.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27일에 연초 대비 18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지난달 말부터 폭등·폭락을 반복 중이다. 27일엔 135% 폭등했다가 다음 날 44% 하락하고, 29일 68% 올랐다가 주말을 지나 다음 거래일인 1일에 다시 30% 폭락했다.
게임스톱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동안 미국의 주요 주가 지수는 거꾸로 움직였다. 게임스톱 주식이 폭등한 1월 27일과 29일엔 다우평균과 S&P500지수 등이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게임스톱이 폭락한 1월 28일과 2월 1일에는 상승했다. 게임스톱 외에도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와 휴대폰 업체 블랙베리,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 등이 로빈후드 개미의 집중 매수 대상에 들어 있다.
게임스톱 등의 주가와 주요 주가지수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게임스톱 주식이 폭등할 때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보유 주식을 내다팔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다음 나중에 되사서 갚는 투자법이다.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너무 오르는 상황에 그대로 버티면 매우 큰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에 다른 주식을 팔아서라도 공매도를 청산할 필요가 생긴다. 시장조사 기관 펀드스트랫 톰 리 이사는 CNBC에 “(게임스톱 등)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 등이 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팔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유는 전반적인 투자 심리다. CNBC는 “개미 군단이 주가를 너무 폭등시킨다는 현상 자체를 시장은 극도의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인다”며 “개미 관련 주식이 뜨면 전체 주가가 하락했다가, 급등세가 잦아들면 안도감에 다시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美 개미 군단 다음 타깃은 ‘은’
레딧의 개인 투자자 게시판엔 ‘공매도를 박살내자. 게임스톱 주가를 달로 보내자(take it to the moon)’란 글이 넘친다. 하지만 지난달 28일에 이어 이달 2일 로빈후드가 매수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게임스톱 거래를 제한하는 등 제약이 많아지자 이들은 ‘달’로 보낼 새로운 대상을 발굴해내고 있다.
이번엔 은(銀)이다. 비교적 공매도가 많은 원자재인 은을 사자는 글이 지난 1일부터 레딧에 불어났고, 은 가격이 급등해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1일 미국 선물 시장에서 은 가격은 9% 상승해 2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 관련 기업의 주식을 모은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스 은 트러스트’는 이날 7%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스톱과 달리 로빈후드 개미가 원자재 시장까지 뒤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호주 ANZ은행의 원자재 분야 연구원 대니얼 하인스는 “게임스톱 등 증시에 상장된 몇몇 종목보다 은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렵다고 본다”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한국 정부도 로빈후도 개미가 불지핀 공매도 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 참가자들의 군집 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으니 파장을 예의 주시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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