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복직' 단식 농성장 찾은 국가인권위원장 "역할 다하겠다"
"복직 문제 반드시 해결돼야" 강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단식농성단을 찾아 “김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해 인권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송경동 시인 등 7명은 지난달 22일 김 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해 43일째 이어가고 있다.
최 위원장은 2일 오후 정문자 인권위 상임위원, 송소연 사무총장 등 인권위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송경동 시인·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 수석부지부장·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를 만났다. 양쪽은 영하 5도의 한파 속에서 간이 의자에 앉은 채 약 40분간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최 위원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인권위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처를 시행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여기까지 오는데 (김 지도위원이) 역할을 해왔고 몇십년간 힘들게 살아온 김 지도위원을 위해서라도 복직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인권위원회는 이 문제가 반드시 풀려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자들의 건강 상태를 염려해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단식이 43일째인데, 개인적으로 중단했으면 한다. 싸움과 운동은 살아서 길게 하는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라며 “오죽하면 추운 날이 단식농성을 하고 계실까 싶어 인권위원회가 늘 마음속으로 이 문제(복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정문자 상임위원 또한 “건강이 염려돼 걱정돼서 찾아뵈었다. 사안이 잘 해결돼서 단식농성자분들의 건강이 더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단식농성자들은 “시간이 없다”며 인권위원장이 사태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경동 시인은 “이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 위원회)에서 2번이나 복직 권고를 낸 사회적인 사안인데 정부가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아서 단식하고 있다”며 “인권위원회가 명백한 국가폭력의 피해자이자 부당 해고자인 김 위원의 문제 해결에 긴급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정홍형 수석부지부장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촛불 시민들의 바람을 안고 등장한 정부라면 35년간 국가폭력에 맞서 싸운 여성노동자의 외침과 바람은 손쉽게 해결해야 한다. 인권위원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바로잡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단식농성단은 이날 만남에서 △인권위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 △김진숙 지도위원의 ‘희망 뚜벅이’ 현장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에게 문제 해결 촉구 등을 요구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간절함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인권위원회 선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서 3차례 고문을 당하고 부당해고를 당했다. 민주화 위원회는 200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부당해고를 인정해 회사 쪽에 2차례 복직 권고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김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특별결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올해 4월부터 한진중공업에 복직과 동시에 해고 기간의 임금과 퇴직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진중공업과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은 부당해고 기간의 임금 지급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에 수많은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선 김 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단체 행동에 돌입했고 지난달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 단식농성단을 꾸렸다. 단식농성 36일째 되던 지난 26일 서영섭 신부가 가슴 통증으로 병원으로 실려 간 데 이어 성미선 녹색당 공동위원장 또한 30일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암 투병 중인 김 위원은 복직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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