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떤 백신 맞나' 매칭 딜레마.. "정부가 설득할 수 있어야"

임소형 2021. 2.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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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매칭' 문제 두고 사회적 갈등 우려
접종 대상 늘고 종류 다양해지는 2,3분기 피크
전문가들 "효과 낮다해도 일단 맞는 게 나아"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중앙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접종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효과는 좋은데 유통이 어렵다, 유통은 쉬운데 효과는 낮다, 유통도 효과도 괜찮은데 개발이 느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정보가 공개되면서 2일 의료계 등에서는 누가 어떤 백신을 맞을지, '백신 매칭' 문제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 효과 문제 등을 이유로 '나는 다른 백신을 맞고 싶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어서다. 빠른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개인에게 백신선택권을 주지 않지만,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접종에 앞서 백신 매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①제각각 다른 백신의 특성 = 지금까지 모두 5가지 백신이 나왔다. 하지만 제각각 특성이 다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90%를 훌쩍 넘을 정도로 효과가 좋다. 하지만 각각 영하 70도, 영하 20도를 유지해야 해서 유통이 까다롭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대규모 접종을 위해서는 백신이 효과 못지 않게 다루기도 편리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거꾸로 상온 유통이 가능해 다루기 쉽고 얀센 백신은 한번만 맞아도 된다. 하지만 효과는 60%대로 낮다. 거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는 고령 참가자가 적었고, 얀센 백신의 임상시험에서는 감염 자체가 아니라 중증 예방만 확인했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노바백스 백신은 효과가 80%대인데다, 유통도 용이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백신으로 평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국내 자체 생산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제일 늦어 언제쯤 우리 손에 쥐어질는지 알 수 없다.

②1분기, 고령자에겐 어떤 백신을 = 1분기에는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기구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 별도 계약으로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두 종류뿐이다. 이번 달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5만명), 요양병원 생활자와 종사자(75만명)들이 접종을 시작하고, 3월에는 고위험 의료기관 의료진과 코로나19의 1차대응요원(50만명)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한다. 백신이 두 종류뿐이라 간단할 것 같지만, 문제점은 있다. 고령자에게 효과가 없을지 모른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따라붙은 꼬리표 때문이다.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절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접종 시작 직전까지 명쾌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③접종대상 늘어나는 2,3분기가 피크 = 더 복잡해지는 건 2분기부터다. 모더나(2,000만명분)와 얀센(600만명분) 백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개발과 계약이 잘 이뤄진다면 노바백스 백신 도입도 성사될 수 있다. 백신 종류가 5가지까지 늘 수 있고, 접종 대상도 5월엔 65세 이상, 복지시설, 장애인시설, 보건의료인(900만명)으로 확대된다. 3분기엔 화이자와 직접 계약한 백신(1,000만명분)도 들어온다. 이 때부터는 일반 성인 접종도 시작되기 때문에 접종 대상 또한 크게 불어난다. 3분기에 시작되는 하반기 접종 대상만 해도 3,000만명 수준인데, 이는 상반기의 약 3배에 달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건강상태에 맞춰 알맞은 백신을 골라 맞혀야 하는 셈이다.

④백신 평가 정보 다 공개해야 = 해외도 그렇고 우리 정부도 그렇고 일관되게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일부 백신은 효과 논란 때문에 '물백신'이니 하는 말도 나돌지만, 효과가 다소 낮다고 해도 안 맞는 것보다는 맞는 게 낫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집단면역 형성'이 최종목표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정부가 '당신에겐 이 백신을 맞히겠습니다'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도입 일정도 최대한 앞당겨야 하겠지만, 백신별 유효성과 부작용은 물론, 허가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과 세부 평가 내용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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