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에 협박 편지..쿠데타는 '세 가지 요구' 거부 결과
"즉시 요구사항을 실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헌법에 따라 대응하겠다."
(지난달 28일,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대리)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나흘 전에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JTBC는 한국에서 미얀마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소모뚜 씨를 인터뷰해 해당 편지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소모뚜 씨는 수지 고문에게 건네진 군부의 편지를 쿠데타 직후, 수지 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관계자로부터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나흘 전-세 가지 요구사항
군부는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수지 고문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에 담긴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쿠데타를 예고한 겁니다.
첫째, 지난해 11월 8일 총선에서 유권자 860만명가량의 명부가 실제와 다르니 다시 조사할 것.
둘째, 선거위원회를 믿을 수 없으니 군부가 임명한 사람들로 선거위원회를 다시 결성할 것.
셋째, 유권자 명부 조사 기간에는 대통령 명령으로 국회 개회를 중단할 것.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수지 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상하원 전체의석 476석 중 83.2%인 396석을 차지했습니다. 친군부 정당은 33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2015년 총선 압승에 이어 또 5년 뒤 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문민정부 2기를 꾸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군부는 유권자 명부가 잘못 작성됐고, 잘못된 명부를 바탕으로 진행된 선거는 '부정선거'라며 맞서온 겁니다.
하지만 수지 고문은 군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군부는 "현 정부가 명부 사기 문제를 해결하길 거부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현지시각으로 1일 쿠데타를 일으키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 잇따라 구금
아웅산 수지 국가 고문은 또다시 가택연금 상태입니다. 윈 민 대통령도 관저에 구금돼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 회관 건물에 단체로 구금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수지 고문과 대통령은 군부로부터 휴대폰을 압수당했습니다. 다만 군부가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까지 빼앗지는 않아서 의사당에 구금된 의원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어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페이스북에 공개된 수지 고문의 메시지는 "수지 고문이 구금되기 전에 써 둔 것"이라고 소모뚜 씨가 전했습니다. 수지 고문의 편지엔 "쿠데타는 국민의 목숨보다 (군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라며 "온 국민은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대 활동을 해달라"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습니다.
◇미얀마 현지 분위기
미얀마에선 아직 쿠데타에 반대하는 격한 시위는 벌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소모뚜 씨는 "군부가 쿠데타 직전부터 돈을 주고 고용한 군부 지지 시위대가 거리에서 시민들을 위협하며 공포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지 고문에 대한 국내 지지가 높은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군부가 순식간에 완벽히 장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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