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경쟁매체 트래픽 상위 기록 받아보는 기자들
파이낸셜뉴스 트래픽 압박 논란, "더 많은 트래픽 유지하는 기사 쓰길" 주요이슈 타사와 비교하며 조회수 상위기사 전체공지 편집국장 "온라인 중요도 높아진 게 사실"…토요일·명절연휴에도 기사지시 "금요일에 올리면 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자들은 아침마다 디지털편집팀장이 보내는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이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받는다. 2일 오전에 받은 내용을 보면 “전날 네이버에서는 진달래 학폭 논란, 청양 부녀 변사체 발견 이슈가 트래픽 상위를 기록”이라며 지난 1일 주요이슈 관련해 타사와 자사의 보도를 비교했다.
한 예로 현대차 여성 판매왕 이슈를 보면 “타사는 첫 여성 판매왕 탄생에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음. 우리 기사의 경우 짧고 직관성이 높은 제목을 달았지만 감각적인 측면이 부족”이라고 평가하며 자사와 타사 관련 기사제목과 조회수를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현대차, 첫 여성 車 판매왕 나왔다(1.5만, fn)
"혼자서 4940대 판매" 현대차 최초 '여성 판매왕' 나왔다(18.5만, 매경)
車 430대 판 여성 판매왕 “고객 수첩만 100권 넘어요”(17.9만, 조선)
메시지 끝에는 경제이슈 트래픽 상위기사 10개의 기사제목과 매체명을 덧붙였다.
기사에 대한 평가기준은 오로지 클릭수였다.
지난달 25일 폭행과 마약으로 논란이 된 래퍼 아이언 사망소식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소식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디지털편집팀장은 '같은이슈, 다른 트래픽'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래퍼 아이언이 변사 상태로 발견. 타사의 경우 '야구방망이 폭행''마약 혐의' 등 최근 논란이 됐던 내용을 제목에 넣어 주목을 받음”, “김종철 성추행 이슈=전날 fn은 관련 이슈에서 많은 기사를 생산했음. 타사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운 기사 중심으로 트래픽이 유입되는 모습” 등으로 평가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입장을 중요하게 봐야 할 이유 등은 언급이 없고 피해자 입장 기사에 트래픽이 유입된다는 평가를 달았다. 역시 관련 이슈 자사기사와 타사기사의 조회수를 비교했다.
래퍼 아이언 숨진 채 발견(12.3만, fn)
'야구방망이 폭행' 혐의 아이언, 아파트 화단서 숨진채 발견 (49.6만, 중앙)
[속보] 래퍼 아이언, 사망(27.2만, 한경)
아이언 사망…BTS 연습생 출신 래퍼→폭행·대마로 점철된 짧은 生 [종합](15.8만, 한경)
나경원, 김종철 성추행 사퇴에 "정의당, 민주당과 달리 적절대응"(3.7만, fn)
김종철, 성추행으로 사퇴.. 장혜영 "정치적 동지로부터 존엄 훼손"(0.9만, fn)
김종철 사퇴에 野 "민주당, 정의당 10분의1만 따라가길"(0.8만, fn)
장혜영 "충격 컸다, 겪어보니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없다" [전문](30.2만, 중앙)
[전문] 장혜영 “왜 그럴듯한 남성조차 여성 존중에 실패하는가”(18.7만. 한겨레)
장혜영 "내가 김종철 성폭력 피해자…충격과 고통 실로 커" [전문](10.0만, 매경)
이러한 공지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시작했다. 첫날 공지에서 디지털편집팀장은 “앞으로 더 많은 트래픽을 유지하는, 더 좋은 기사를 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전날 송고된 기사들을 유사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타사 기사들과 비교한 보고서 '같은 이슈, 다른 트래픽'을 보내드린다. (국장 지시, 매일 1회)”라고 했다.
기자들은 회사의 트래픽 압박이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A기자는 “편집국 전체 인원이 보는 공지인데 이런 걸 장려하고 있는데 부끄럽다”며 “편집국장 바뀌고 나서 이런 기조가 생겼다”고 했다. 현 편집국장은 지난해 6월말 취임했다. B기자는 “검색어 관련 기사를 쓰는 이슈팀이 있는데 거기서 아침에 기사를 다 써서 트래픽을 많이 가져가는데도 각 부서 기자들에게 클릭수로 압박한다”며 “편집국장이나 윗분들이 부서장에게 잘해달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자 이름을 언급해가며 압박을 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지난달 31일자 '파이낸셜뉴스 네이버 카테고리별 조회수 TOP 5' 자료를 보면 이 신문사에서 사회·정치·경제·생활·세계·IT 등 각 분야에서 조회수가 높았던 기사 5개씩 선정해 기사 제목, 부서명, PV(페이지뷰, 조회수) 등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A기자는 “지난해 하반기 데스크 인사가 큰 폭으로 있었는데 데스크들이 수평이동했다”며 “위에선 너무 세세하게 개입하고 데스크들은 업무에 익숙지 못한 상황에서 설익은 발제가 강요되거나 기자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협회 기자상 수상이 목표라곤 하지만 질적 개선이 시도되지 않으면 수상자 배출이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기자는 “(편집국장보다) 윗선에서 트래픽으로 기자들을 쪼고 있다”며 “군대로 치면 내리갈굼”이라고 했다.
복수의 기자들에 따르면 최근 사내에선 기자평가시스템을 새로 만든다는 소문, 이를 위해 TF를 꾸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기자들 입장에선 트래픽으로 기자 한명한명을 옥죄는 분위기에서 어떠한 평가기준을 도입할지 불안한 상황이다.
매주 토요일, 명절 연휴에 기사를 쓰도록 한 것도 논란이다. 추가 노동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7년 10월 파이낸셜뉴스가 토요일과 추석연휴에 기사를 쓰게 한 사실을 보도했다.
[관련기사 : 파이낸셜 뉴스, 무급 휴일근무 논란]
파이낸셜뉴스에선 현재 토요일에도 기사를 쓰도록 하고 명절 연휴에는 2건씩 기사를 쓰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토요일 웹전송 기사집계' 자료를 보면 기자이름, 부서명, 토요일에 쓴 기사제목, 기사분량, 이미지 첨부 여부 등을 공지했다. 토요일에 누가 기사를 쓰지 않았는지, 누가 몇 건을 몇매 분량으로 썼는지 다음주 월요일 오전에 전체공지하고 있다. 기자들은 소위 '망신주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용민 파이낸셜뉴스 편집국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도 온라인 기사 중요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특별히 우리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토요일·명절연휴에 기사를 쓰게 하는 것 관련해 김 국장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다른 매체도 들어보니 금요일에 올려서 엠바고 걸어놓고 (주말에) 처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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