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빈후드, 이번엔 銀 띄워 9% 급등..원자재값 출렁

김덕식,김인오 2021. 2. 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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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세력 된 美개인투자자
게임스톱 이어 銀 집중매수
하루 9% 올라 8년만에 최고

◆ 한국판 게임스톱 진단 ◆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 매수에 나섰던 미국 개미투자자들이 원자재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제 은값이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개미들의 이 같은 단체행동이 공매도에 반대하는 국내 동학개미들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은값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9.30%(2.50달러) 오른 29.418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2월 이후 최고가다.

전날 8년래 최고치를 찍은 은 선물 가격은 2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온스당 27.6달러로 하락했다.

은값 급등 배경에는 게임스톱 사태를 이끈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은을 집중 매수하자는 글이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토론방에 "정부와 금융권이 인플레이션을 감추기 위해 은 시세를 억누르고 있다"며 "은과 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면 대형 은행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은값이 출렁이기 시작했다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JP모건이 수년간 귀금속 선물 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9억2000만달러의 벌금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개인투자자들 매수세에 기름을 부었다. JP모건과 같은 대형 금융사들이 가격을 조작하고 있으니 혼내주자는 것이다.

최근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 등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에서 '숏스퀴즈'로 주가를 끌어올리며 공매도 세력에 손해를 입힌 것처럼, 이번엔 은값을 띄워 투자은행들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미라고 CNN비즈니스는 설명했다.

'헤지펀드와 개미 간 공매도 전쟁'으로 미국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공매도 부활' 문제가 걸린 국내에서도 '한국판 게임스톱' 기류가 불거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매도 이슈를 넘어 시장 변동성과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금융당국이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도 게임스톱과 유사한 사례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예전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여력이 높고, 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이나 기관투자가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 김인오 기자]


개미 승승장구…주식토론방 추천종목 추적서비스도 나왔다

게임스톱 이어 銀 매수…거대세력 된 美 개인투자자

태양광 패널 핵심자재 銀
가격 급변동땐 산업에도 충격

주식토론방 영향력 세지자
추천종목 추적 서비스 등장

게임스톱 거래제한 청문회
로빈후드 CEO 출석할 듯
넷플릭스 '개미 반란' 영화化

개인투자자들 영향력이 게임스톱 등 특정 주식을 넘어 원자재 시장 변동성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개별 종목에 한정됐던 미국 개미들의 힘이 원자재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 산업 곳곳에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국제 은값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1일(현지시간) 은 자체에 특별한 호재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공매도 기관들을 꺾은 미국 개미들의 자신감이 은값을 밀어올렸다. 데이비드 매든 CMC 마케츠 시장분석가는 이날 마켓워치에 "개인투자자 집단이 은을 사면서 은값이 급등했다"며 "지난 며칠 동안 우리에게 가르쳐준 게 있다면 그것은 레딧 폭도들이 특정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에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등에 이어) 매우 거대한 은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새로운 경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레딧의 주식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주목받는 종목들이 급등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토론방 메시지를 추적하는 서비스도 출시됐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주 데이터 전문 업체 싱크넘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이 월스트리트베츠나 레딧의 다른 토론방에서 언급되는 횟수를 추적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보리스 스파이왁 싱크넘 마케팅디렉터는 마켓워치에 "수요가 대단하다"며 "지난 며칠간 헤지펀드에서 요청을 100건 이상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시밀러웹은 로빈후드 사용자들의 주식 티커(증시에 등록된 종목의 약어)검색을 추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드 레이버리 시밀러웹 투자 솔루션 담당 디렉터는 마켓워치에 "소매 트레이딩 플랫폼에 대한 데이터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사용자들의 검색 활동을 실제 거래에서 보여줄 수 있으며, 사용자 동향을 조기에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은은 태양광 패널과 인쇄회로기판(PCB) 등의 핵심 자재로 사용되고 있어 개미 투자로 촉발된 가격 변동이 관련 산업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너 캠벨 스프레드엑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은값이 더 올라간다면 관련 산업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은은 주식과 달리 채굴이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비용에 더욱 민감하다. 블룸버그는 "은값이 폭등하면서 태양광 패널 생산 업체들의 원가가 상승할 위험이 있다"며 "각 산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는 은값 랠리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반면 단기적으로 은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은 시장은 게임스톱 주식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스톱은 이미 공매도한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 기관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사면서 주가를 추가로 밀어 올렸지만, 게임스톱 주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의 은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급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베츠에도 "(실버스퀴즈는) 게임스톱 등의 매수 분위기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은 매입을 자제하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은 매수 세력의 주장처럼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은값을 누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은 매수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은값 폭등, 최근 있었던 공매도 열전의 단초가 된 게임스톱 사태와 관련해 미국 하원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폴리티코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8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게임스톱에 대해 증언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게임스톱 주가가 3배 넘게 폭등했다. 이 과정에서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의 매매를 제한해 비판과 반발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로빈후드는 리빗캐피털과 아이코닉, 세쿼이아,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기존 주주들로부터 지난주 후반 10억달러, 이날 추가로 24억달러 등 총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벤처캐피털 회사다.

CNBC에 따르면 34억달러는 로빈후드가 2013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조달한 총 투자금을 넘어서는 액수다.

지난주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게임스톱 사태를 실제 영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 할리우드 제작사 MGM과 동영상 스트리밍 거대 기업 넷플릭스가 게임스톱 사태를 영화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이날 연예 매체 데드라인이 보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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