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코스닥도 ESG공시 의무화 검토
◆ ESG 경영 ② ◆
금융당국이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현황을 공시하도록 한 데 이어 코스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또 기업들이 환경 리스크와 관리 상황을 보다 폭넓게 공시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환경(E)·책임경영(S)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투명경영(G) 활동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합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2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글로벌 ESG 규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고 코스피 상장사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코스닥 기업에도 ESG 공시 의무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ESG 공시 기업을 매년 20%씩 늘려가며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확대 적용하는데, 일정 규모 이상의 코스닥 기업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기업들이 현재 별도로 발행하는 데다 의무 공시 시점도 제각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로써 투자자들이 기업별 ESG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투명한 ESG 정보 공개가 국내외 기관의 책임투자 기준으로 활용되고 기업들의 ESG를 촉진하는 선순환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ESG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국내 기업의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ESG 보완책 마련을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에 '녹색 통계'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강계만 기자]
국내 주요기업 'ESG경영' 도입 살펴보니
CEO 직속委·사무국 만들고
ESG전담인력 배치 현안 관리
정의선 "고객존중 첫걸음 품질"
김승연 "ESG 세계최고로 격상"
최태원·허태수·구자열 회장도
ESG경영 전사적 도입에 힘써
탄소중립 나선 롯데 화학부문
2030년 친환경 매출 6조 목표
CSO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전담하는 최고경영진이다. 신한금융그룹에서 CSO 자리를 신설했고 이번에 현대중공업그룹도 동참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업체 EY는 글로벌 30개 기업의 CSO로 구성된 S30협의체 발족에 동참했다. 재계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이 ESG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구축하고 CEO 직속의 ESG 사무국을 설치하며 비재무제표 현안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ESG 최고책임자를 속속 신설해 담당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전사 차원에서 협의하는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했고, 경영지원실 산하에서 운영하던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끌어올렸다. 특히 삼성물산과 더불어 금융계열사 전체가 발 빠르게 '탈석탄 선언'에 나섰다. 삼성생명·화재·증권·자산운용 등이 탈석탄 기류에 동참했다. 석탄 채굴이나 발전 관련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다. 아울러 친환경 관련 자산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지난해 말부터 이를 실제 투자 활동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수소전기차 사업을 강화해 'E(환경)'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이달 총 6000억원 규모 ESG 채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ESG 채권은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 용처가 ESG에 제대로 쓰이는지를 정확히 밝히도록 돼 있다. 그만큼 ESG 관련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고객 존중 첫걸음은 품질과 안전"이라고 밝히면서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투자전문지주사로 진화하고 있는 SK는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은 물론 해당 투자처가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LG그룹은 기술 혁신을 통한 친환경 제품 개발로 탄소중립 실천에 나섰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정부 목표보다 20년이나 빠른 2030년에 탄소중립을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일 롯데그룹 화학 사업부문(BU)은 2030년 친환경 매출 6조원을 달성하고 탄소중립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 방향성과 추진 과제를 담은 '그린 프로미스 2030(Green Promise 2030)'을 발표했다. 참여 계열사는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이다. 이들 화학 계열사는 △친환경 사업 강화 △자원 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 과제에 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 부문을 확대하고 자원 선순환과 연계한 재활용 소재 사업도 강화한다. 이날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제강, 심팩 등 6개 철강기업은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린철강위원회' 출범식에서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대표적인 탄소 배출 업종인 철강기업들이 약점인 'E' 강화를 위해 탄소중립 노력을 천명한 것이다.
그린철강위원회는 산학 연관 협의체로 최정우 한국철강협회 회장(포스코 회장)과 민동준 연세대 부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린철강위원회는 선언문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을 개발해 탄소중립 제철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서 지속가능경영을 그룹 목표로 내걸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경영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GS그룹 역시 허태수 회장이 직접 ESG 경영을 챙기고 있다. 허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을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진그룹 역시 ESG 개선 노력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교민 이동을 위한 전세기 운영 등 사회적 책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면서 "지난해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지속가능성을 적극 반영한 경영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T&G는 매년 매출액의 2%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한다.
[한우람 기자 / 강계만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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