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기지 늘리는데..국방백서 '북한은 적' 또 생략

연규욱 2021. 2.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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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2020 국방백서' 발표
"敵은 주권 등 위협하는 세력"
2018년이후 불명확하게 표현
北, 미사일기지 9→13개 증편
20만병력 특수전 부대 강화
청와대 등 침투·타격훈련
국방 현안을 평가·분석하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우리 군의 적(敵)'이라는 표현이 2018년에 이어 또다시 생략됐다. 북한이 그동안 9·19 군사합의를 두 차례 위반하고, 지난해 김여정이 밝힌 '대남업무를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 철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국방부는 적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지난 2년간 미사일 기지를 4개 늘리고,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는 등 비대칭 전력을 비약적으로 강화시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국방백서를 발표했다.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해당 기간 국방 분야 현안과 방침을 대내외에 알리는 공식 보고서다. 이번 2020 국방백서는 2018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국방목표'를 규정하는 부분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우리 군의 적을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으로 정의한 점이 그대로 유지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펴낸 2016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적 개념을 명확히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협, 초국가적·비군사적 안보위협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북한이 도발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단호히 대응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정권과 당시 정세에 따라 백서에 담는 북한 군에 대한 '적'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왔다. 실제로 1994년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한 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온 뒤인 1995년 백서에서 '북한 군은 주적'이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됐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 백서에는 이 표현이 사라졌고,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발간된 2010년 백서에서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가 다시 반영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지돼 온 이 표현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남북 평화 모드가 조성된 2018년 백서부터 다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해빙무드였던 2018년과 달리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생략한 것을 두고 저자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8년 남북 정상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체결한 이후 지난해 5월 GP 총격 사건, 2019년 창린도 해안포 사격 등 이를 두 차례 위반했다. 2019년 이후로 남측을 압박하는 미사일 발사시험도 17차례 감행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북한은 이 같은 입장을 철회한 바 없다. 특히 북한은 지난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무기' 개발을 천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지난 2년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확연하게 증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을 명시하지 않는 등 객관적인 위협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의 정치적 성향이 아닌, 객관성에 기초해 적 개념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0 백서에 따르면 북한 군은 2년 전 9개였던 미사일 기지(여단)를 13개로 증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지에는 스커드·노동 미사일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기지들에) 실제 미사일이 완전히 배치돼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군은 또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20만 병력 규모의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특수전 부대는 청와대 등 우리 측 전략시설 모형을 구축해 타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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