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반도체에 의존한 경제 회복, 착시현상 주의해야"

최정희 2021. 2. 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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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 속에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실물 경기가 나쁜 데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경제를 우려했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의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재차 확대되면서 소위 반도체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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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반도체 제외한 성장 모멘텀 따져봐야
주가·부동산 너무 올라..실물·자산 괴리
"포스코 코로나 기술혁신, IT혁명에 준할지 의문"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 속에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실물 경기가 나쁜 데도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진= 이데일리DB)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적인 경제를 우려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8개월째 동결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의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재차 확대되면서 소위 반도체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 악화, 대면서비스업 업황 회복 지연 등으로 경제 주체들의 체감경기는 부진한데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여 2018년과 같이 수출, 설비투자가 성장을 견인하고 이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반등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물 경제 회복이 IT, 자동차 등 일부 수출업종에 의해 주도되고 코로나 충격이 저부가 서비스 업종에 집중되면서 성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사정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편중화, 산업 구조조정 지연 등과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른 위원도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을 보면 반도체 업종과 여타 업종이 극명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며 “반도체를 제외한 경제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제조업 평균가동률을 산출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지는 않는지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그간 경기침체에 대응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고용 여건을 개선시키고 이자 비용을 낮춤으로써 소득 분배 측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실물경제 회복 속도에 비해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일부 해외 언론에서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특히 주가 급등을 초래해 소수의 고소득 계층이 집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개인들의 주식 투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식 보유가 일부 계층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소득 불평등 해소는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은행을 통해 특정 부문을 선별 지원하는 정책 수단 구비도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실물과 자산 가격 괴리 현상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이날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한 금통위원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기술 혁신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IT혁명이 비견할 만한 변화를 불러올 지에 대해선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도한 낙관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 역시 마찬가지다. 이 위원은 “명목금리가 전례 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저물가를 감안할 때 실질금리가 명목금리 만큼 내려가지 않았다. 실질 장기금리에 대비한 실질 주택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인구구조 변화, 주택공급 확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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