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있어도 무용지물".. '떡값 차별'에 서러운 비정규직 근로자들

심민관 기자 2021. 2.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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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작업 등 업무를 맡고 있는 계약직 직원 김모(29)씨는 지난 추석 '떡값(상여금)'으로 2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13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성과금, 복리후생 등에 관한 부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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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작업 등 업무를 맡고 있는 계약직 직원 김모(29)씨는 지난 추석 ‘떡값(상여금)’으로 20만원을 받았다. 김씨가 이번 설에 받을 상여금 액수 또한 2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와 달리 함께 일하는 정규직 직원이 받는 상여금은 150만원이 넘는다. 김씨는 "물론 정규직과 차이가 있는 건 알지만, 우리도 똑같이 힘들게 일하는데 명절 떡값까지 차별받아 서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일러스트=김다희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와 명절 떡값(상여금) 차별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8년 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개정돼 상여금에 대해서도 정규직과의 차별이 금지됐지만, 현실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3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성과금, 복리후생 등에 관한 부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입법 취지는 좋았지만 ‘유사한 업무를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단서를 남긴 것이 발목을 잡았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기존 정규직이 하던 업무 중 힘들거나 어려운 일들을 따로 시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뽑아왔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가 달랐기 때문에 급여 뿐 아니라 상여금이나 복지혜택 등을 정규직과 다르게 설정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예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시키거나, 이러한 규제를 통째로 피하기 위해 정규직이 하던 일들을 외주나 하청업체로 돌리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이 경우 근로자들의 소속만 외주업체 비정규직으로 바뀌었지 실제 업무와 처우는 일반 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일 때와 동일했다.

국회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이런 경우 발생하는 차별적 처우도 금지했지만, 마찬가지로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송해도 노무사는 "명절 상여금 등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해도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러한 차별은 공공부문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공공운수노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4137명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 대비 2~40% 수준의 명절 상여금을 받고 있었다.

특히 이번 명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부모님께 명절 용돈을 부치기로 한 사람들이 많아 명절 상여금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소액만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는 이야기도 많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기간제 계약직 직원은 "서울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해 용돈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며 "정규직인 동료 직원들은 100만원이 넘는 상여금을 받아 30만원짜리 갈비세트를 집에 보낸다는데, 3만원짜리 김세트 밖에 못 보내드려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훨씬 적은 수준의 명절 상여금을 주는 것은 퇴직금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성헌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취업규칙상 급여의 일정 부분을 상여금으로 주는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하게 비정규직, 특히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명절상여금을 지급하면 지급할 퇴직금이 늘어나게 된다"며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업무 양태를 스스로 판단해 명절 상여금을 임의로 적게 주기 보다는 입법취지에 따라 명절상여금을 정규직과 동등한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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