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新)복지' 띄웠지만, 이번엔 기재부가 반발했다

김명지 기자 2021. 2.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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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이낙연
당대표 → 대선후보 변신 위해 마련된 자리
재난지원금에 추경, 신(新)복지로 반등 모색
행정부 즉각 반발 정치권 "지지율 떨어지며 권력누수… 또 역풍만 불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정이 추진 중인 4차 재난지원금을 공식화하고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목표로 한 '신(新)복지체계' 구상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며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겠다"고 했고, 신복지체계 구상에 대해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부응하는 복지 틀을 만들겠다"며 만 18세까지 아동수당 지급 등을 제안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당 대표 이낙연'에서 벗어나 '정치인 이낙연'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정책 비전인 신복지체계는 '최저(선별)와 적정(보편)을 조합한 신복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세운 기본소득(보편복지)와 대비된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당장 이날 연설 직후 기획재정부가 반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정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 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 가치가 기본"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가 '추경하겠다'고 부분을 놓고 기재부 과장급에서는 "월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이고,국회는 편성된 예산을 심의한다. 국회가 기재부의 권한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복지체계 구상을 두고 정부 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4월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매표(買票) 정책'이라고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4차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용도의 '1차 지원금'에 이어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용 '2차 지원금'을 뿌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4차 지원금과 이를 위한 추경 편성은 당 내에서는 기정사실화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한 것을 두고 4차 추경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기재부의 반발을 놓고 문 대통령 임기 말 '권력 누수'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이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관료들 사이에 ‘이 대표 말발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안에서는 최근 '관료들이 말을 안듣는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연설은 '대선후보 이낙연'을 드러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당초 김태년 원내대표의 차례였지만, 이 대표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번갈아한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한달 후인 오는 3월 당 대표 임기를 마무리한다.

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 대표 임기 종료를 앞두고 반등을 모색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굳건하게 1위를 지켰던 이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작년 7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줄곧 내림세였다.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의 대표로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법, 공정경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속출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작년 연말 갑자기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번지면서 대선주자로 변신을 모색할 타이밍을 놓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그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고, 이후 제시한 자발적 '이익공유제' 역시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임기는 1년여, 이 대표의 당 대표 임기는 1개월 남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연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지지율이 다시 반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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